보수·진보 진영 모두 '시위 예고'… 경찰 "질서 유지 총력"
오는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보수·진보 성향의 집회 및 시위 등이 행사장 인근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APEC 기간 접수된 집회·시위는 7개 단체에서 총 8건이다. 관련 법률에선 옥회집회(시위·행진)는 집회 시작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2일)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정상회의 개최가 임박해지면 집회·시위 신고 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정확한 집회 주최 단체, 장소, 참여 인원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대학' 측은 최근 경주 황리단길(경주시 황남동) 인근에서 APEC 기간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경찰에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집회 신고일은 오는 27~30일까지 나흘 간이다.
이들이 집회를 신고한 기간에는 각국 고위관리들이 참석하는 최종 고위관리회의(CSOM)와 외교·통상각료회의(AAM)가 예정돼 있다.
황리단길은 APEC 주행사장인 보문관광단지와는 직선으로는 약 7㎞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는 데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각국 정상·요인 등의 비공식 동선이나 이동 과정에 있어서 정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또 정상회의가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이들의 집회 기간은 정상·요인 등이 국내에 입국해 경주로 이동하는 시기와도 겹친다.
최근 서울에선 각각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과 주한 미국대사관 앞 등에서 반중·반미 시위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중 집회에선 중국의 대외정책이나 국내 인권문제, 동북공정, 남중국해 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촛불승리전환행동과 민주노총 등이 한미 관세협상 등을 비판하면서 반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대학생진보연합 등 반미 성향 단체 등도 주한 미국대사 추방,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경찰은 교착 상태인 한미 관세협상과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의 여파로 APEC 기간 반미·반중 시위 등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에는 3만여명 규모의 반세계화 시위대가 정상회의 주요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정상회의 주요 행사장이 밀집해 있는 보문단지 대신 경주 시내 등으로 집회 시위 장소 변경을 유도하는 한편, 행사장 주변에 대해 경비·경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존중한다"면서도 "국제 행사인 만큼, 자발적 협조 또한 중요하다. 불법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 하겠다"고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