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주도하는 전쟁시대 도래
미국 대통령이 호수에서 낚시하는 도중에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드론떼'(drone swarm)의 자폭테러공격을 당한다. 대통령을 타깃으로 노린 민간군수기업의 쿠데타였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엔젤 해즈 폴른 (Angel has fallen) 도입부의 드론공격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영화는 영화로 끝나지 않았고 불과 몇 년 만에 끔찍한 현실이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드론'이 전쟁의 중심 전술로 자리 잡은 첫 전면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중국산 'DJI'드론과 자체개발한 FPV 자폭드론 수천 대를 매일같이 전장에 투입하고 있고 러시아는 '샤헤드136'(Shahed-136) 이란제 자폭무인기와 러시아산 드론으로 맞서고 있다.

대당 수백달러짜리 드론이 수천만 달러가 넘는 러시아의 최첨단 탱크를 파괴한다. 실전에 투입된 살상용 드론은 AI 인공지능으로 무장, 영상인식기능을 통해 적군과 탱크 등의 차량을 식별, 자폭할 수 있는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하는 요격시스템보다 레이다 등 방공시스템으로 제대로 탐지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는 '소형드론'을 활용한 인해전술공격에 속수무책인 전쟁양상이다. 드론공격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하는 '안티드론'(Anti Drone)의 시대가 도래 했다.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핵과 미사일이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실제적인 체감위협은 드론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드론 테러는 물론이고 원전 등에 대한 드론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가장 두려운 무기는 최첨단 스텔스전폭기나 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드론'이었다. 양측은 매일 수만 여대의 드론을 총동원, 상대를 공격한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크렘린궁까지 드론으로 공격하는데 성공했다. 한반도상황도 녹록치 않다.
북한이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수도권 상공에 침투시키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민간항공 운항이 중단되고 F-16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우리 군의 대응태세가 최고수준으로 격상된 바 있다. 우-러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북한이 드론전쟁 양상을 경험하고 러시아의 드론기술을 대거 습득함에 따라 '드론전쟁'은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의성, 드론산업 주도
'마늘'과 '씨름' 그리고 '컬링'으로 독보적인 의성이 드론산업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UAM)산업의 핵심인 '드론'을 의성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군사드론분야에서 어느 나라도 미국을 능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정찰·공격·전자전·군수지원에 이르기까지 군사적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급 드론 글로벌호크는 고고도(高高度) 장시간 체공(滯空)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격형 드론 'MQ-9 리퍼'는 레이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AI기능까지 완비한 미군 군사드론의 핵심전략으로 평가받는다.

'DJI' 등 소형 상업용 드론시장을 석권한 중국은 소형드론세상에서는 미국을 능가한다. 북한도 최근 '글로벌호크'의 외관을 모방한 '샛별-4'란 정찰무인기를 개발하는 등 우크라이나전 참전 이후 드론생산역량을 강화,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성에 '드론비행시험센터'가 있다. 국토부 항공안전기술원 산하 '드론비행시험센터'는 영월과 보은, 고성, 화성, 인천 등 전국에 5곳이 있었으나 국내 6번째로 2023년 의성에 설립됐다. 이 의성센터는 2024년 전국 유일 '안티드론훈련장'으로 지정됐다.
'안티드론(Antidrone)'이란 한마디로 드론공격에 대응하는 드론방어시스템을 의미한다. 드론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검증할 뿐 아니라 드론공격을 방어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시연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독보적인 존재다.

◆안티드론훈련장으로 지정
의성드론비행센터가 국가안티드론훈련장으로 지정된 것은 센터가 들어선 '가음'이 민항기가 주로 다니는 김포-도쿄노선이나 다른 항공노선에서 크게 비켜나 있어 안티드론시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GPS 등 '전파차단'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개발낙후 지역이었기 때문이라는 역설에서 비롯됐다.
드론공격에 대한 대응방식은 '소프트킬'과 '하드킬'로 구분된다. 소프트킬이란 재밍(jamming)을 통해 주파수(GPS 등)를 교란하거나 위조신호를 보내 드론을 비행불능상태로 유도하거나 특정지점으로 강제착륙을 유도하는 '스푸핑'(Spoofing)하는 것을 뜻한다. 드론이 근거리에 접근했을 때 그물망 등을 이용, 포획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드킬'은 레이저나 다른 무기를 통해 접근하는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점점 소형화되고 있는 드론의 탐지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기존 레이다로는 탐지할 수 없는 드론을 AI기능을 탑재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안티드론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탐지와 추적에 이어 무력화까지 일원화된 '킬체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안티드론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몫이 아니라 국가안보차원에서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국책사업이다.
당장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중요시설인 대통령실과 정부종합청사는 물론,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과 원자력발전소, 전력망, 핵심군사시설 등 17곳에 우선적으로 '안티드론'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시가 급하다.
의성안티드론훈련장은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는 드론공격에 대응한 '안티드론산업'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 전쟁 양상을 단번에 뒤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드론에 대한 국가차원의 발빠른 대응없이 우리 안보는 장담할 수 없다.

◆드론산업 성지, 의성
의성드론센터 관제센터는 공항 관제탑과 다를 바 없다. 항공기의 항적을 추적, 위치와 고도 속도 등을 파악하는 (ADS-B)1090신호수신기와 레이더와 스캐너 디펜더(Defender) 등이 한반도공역과 주변 지역의 항공관련정보를 자동으로 추적한다.
안티드론훈련장은 말 그대로 드론을 무력화하거나 포획하는 등의 여러 장비들을 직접 시연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시험장이다. 전파를 무력화하는 재밍 출력이 높아질수록 전파가 차단되거나 교란되는 지역이 넓어져서 선의의 피해가 벌어질 수도 있어 안티드론 시스템을 시험할 정도의 출력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의성은 안티드론산업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드론스포츠센터를 운영, 드론레저산업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해 의성에서 열린 '드론스포츠전국대회'를 통해 의성은 드론산업 성지라는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드론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발 빠르게 선정, 전국 유일 안티드론산업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오래된 도시' 의성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미 의성에는 (주)일루모어 등 안티드론 선도업체 3곳이 입주, 국내 안티드론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의성군은 140억 원의 예산을 확보, 의성드론비행센터 인근 폐교된 가음중학교 부지에 안티드론산업지원센터를 구축, 2027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 주요시설에 구축될 안티드론시스템을 운용할 전문 인력 교육과 인증센터 구축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안티드론 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의성이다. 나라를 지킨 '의로운 고장'이라는 의성의 명성다운 안티드론산업 주도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