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휴전] 인질 교환 첫 단추 끼웠지만…진짜 협상은 지금부터

입력 2025-10-14 16:17:20 수정 2025-10-14 19: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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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무장해제·이스라엘 철군 등 양대난제
교섭 떠받칠 국제안정화군 역할·임무 불확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가운데)가 13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 도착하자 환영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가운데)가 13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 도착하자 환영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 중 1단계인 인질과 수감자 교환을 순조롭게 이행했다. 이스라엘 인질이 7명, 13명 등 두 집단으로 나뉘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인도돼 송환됐고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됐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1천966명도 석방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을 선언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자전쟁 종전을 향한 첫 단추는 끼웠지만 하마스 무장해제, 이스라엘군 철군,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주도 민간정부 수립, 국제안정화군(ISF) 파병 문제 등 2단계 협상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마스 무장해제·이스라엘 철군 난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 계획은 총 20개 항목. 이 가운데 1단계는 인질 석방 등 5∼6개 수준에 불과하다. 2단계 협상에서는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 하마스의 무장해제, 이스라엘의 철군 등 쟁점 항목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설립을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하마스에게 무장해제나 무기반납은 모종의 존재 포기로 여겨지고 있다. 하마스 고위급 오사마 함단은 지난 9일 "팔레스타인인 누구도 무장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팔레스타인인은 무기와 저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무장해제 등을 거부할 경우 휴전이 파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 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철군이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애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목표는 하마스의 정치적, 군사적 완전 해체였으며 이는 트럼프 평화구상을 받아들이는 현시점에도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단계 철군 이후에도 가자 지구의 약 53%가량을 계속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교관들을 인용,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 등을 포함하는 더 까다로운 2단계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평화 구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던 이스라엘 인질 마탄 앙그레스트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인질 교환과 휴전 협정으로 풀려난 후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소라스키 의료 센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껴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던 이스라엘 인질 마탄 앙그레스트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인질 교환과 휴전 협정으로 풀려난 후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소라스키 의료 센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껴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안정화군 임무·파병 미확정

하마스 무장해제, 이스라엘 철군과 함께 국제안정화군(ISF) 규모, 임무, 파병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항목이다. ISF는 2단계 협상 과정에서 하마스가 재건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게 거의 없고 세부 내용도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게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잘못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마스는 분명 계속해서 가자에 주둔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안정화군과 민간정부 수립 등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많은 나라들이 ISF에 참여하고, 미 중부사령부가 휴전 감시를 위해 이스라엘에 약 200명을 파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가자에 미군이 주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들이 병력을 보내길 기대하고 있다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서방 역시 병력 파견을 꺼리고 있고, 자국 군인들이 점령군처럼 비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자 내부의 상황도 복잡해 돌발적 사태에 따른 현지의 혼란 때문에 협상이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