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여성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獨裁) 체제를 평화적인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다.
마차도의 수상이 마뜩잖은 '스트롱맨'이 있다. 재집권 첫해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노벨평화상, 그가 얼마나 탐내고 공들인 상이었던가.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주인'을 자처(自處)했다. 그는 수상자 발표 전날에도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고 자랑했다. 지난달 유엔본부 연설에선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다들 그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평화 중재자(仲裁者) 역할'엔 논란이 많다. 그가 '끝냈다'고 주장하는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경우 미군의 무력 개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인도·파키스탄 충돌도 트럼프가 휴전을 선언했지만, 인도는 그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노벨평화상의 이념과 배치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단체에 평화상을 주라는 유지(遺旨)를 남기면서 ▷국가 간 우애 증진 ▷군축 ▷평화 증진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 관련 질문에 "우리가 정말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그들(노벨위원회)이 (트럼프 대통령을 선정)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그건(올해 노벨평화상) 2024년에 (한 일에) 대해 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2024년에 대선 출마 중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활동한 건 2025년이어서 올해 상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단한 정신 승리(精神勝利)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욕심은 집요하다. 여론은 비판적이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6%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정적이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우며 동맹국 국민에게 족쇄를 채우고, 자유무역 질서를 붕괴시키는 지도자에게 노벨평화상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래도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면 지구촌은 다소 평안하려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