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한 시신싣고 채팅남 만났다…조사 중엔 웃음 터지더니 "무서워서요"

입력 2025-10-11 21:30:36 수정 2025-10-12 0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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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다시보는 그때 그사건
2014년 파주 전기톱 살인사건…고 씨 징역 30년

파주 전기톱 살인사건의 고 씨가 시신이 든 가방을 차량에 싣는 모습. MBC 에브리원 유튜브 영상 캡처
파주 전기톱 살인사건의 고 씨가 시신이 든 가방을 차량에 싣는 모습. MBC 에브리원 유튜브 영상 캡처

2014년 5월, 파주의 한 모텔에서 한 남성이 싸늘한 주검이 됐다.

피해자는 50세 남성 A씨. 그를 살해한 이는 불과 하루 전 휴대전화 채팅으로 "서로 사랑하자"고 속삭였던 여성 고모 씨였다.

A씨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흉기에 40여차례 찔렸다. 시신은 훼손됐다. 여성 혼자 벌인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우리 서로 사랑해요"…채팅으로 시작된 비극

직업이 없던 고 씨는 인터넷·휴대전화 채을 통해 남성들을 만나 성매매를 하며 살아왔다. 피해자 A씨와도 그렇게 알게 됐다.

2014년 5월 25일 밤, 고 씨는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님 방가워여. 비도 오고 일욜인데 머하시고 계시나여." "우리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애인하기로 해요." 그 짧은 문자 대화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의 시작이었다.

5월 26일 오후, 두 사람은 파주시의 자동차극장 근처에서 만나 인근 모텔로 향했다. 저녁 6시 42분부터 8시 13분 사이 모텔 객실 안에서 고 씨는 준비해 온 흉기를 꺼내 들었다. 흉기는 총 길이 29.5cm, 칼날 길이만 16.5cm였다.

고 씨는 A씨의 목과 몸통, 옆구리, 등을 41회 찔렀고, 피해자는 온몸에 자창을 입은 채 숨을 거뒀다. 범행 후 그는 범죄를 감추기 위한 다음 행동을 계획했다.

이튿날인 27일, 그는 일산동구의 한 가방 매장에서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고, 같은 날 오후 전기톱 판매점에서 톱을 사 모텔로 돌아왔다. 그들이 묵었던 방에는 여전히 피해자의 시신이 있었다.

그는 전기톱으로 피해자의 시신을 절단했다. 상반신은 여행용 가방에 넣고 하반신은 따로 싸서 묶었다. 피에 젖은 방을 정리하고, 시신을 담은 가방을 자신의 차량에 실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차량을 몰고 인천, 파주 일대를 돌아다녔다.

◇시신 유기, 그리고 검색 기록

고 씨는 5월 30일 밤, 인천 남동구의 한 도로에 상반신이 든 여행용 가방을 버렸고, 파주시 조리읍 농수로에 하반신을 유기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인천매립지', '쓰레기', '파주 개천', '금촌 개천' 등의 검색어가 남아 있었다. 고 씨의 차량은 인천 유기 현장 인근 CCTV에 찍혔다. 차량은 그 일대에서 약 10분간 배회한 뒤 약 5분간 정차했다.

고 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훔쳐 사용했다. 모텔 숙박비 결제부터 옷, 공구, 손수레 구입까지 총 18차례. CCTV에는 검정색 투피스를 입고 모자를 쓴 여성이 카드를 건네는 모습이 찍혔다. 일부 매장 업주와 점원들은 법정에서 "물건을 구매한 여성이 고 씨가 맞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4년 5월 31일 오전이었다. 인천 남동구의 한 공장 인근 도로에서 청소부가 검정색 여행용 가방을 발견했고, 고 씨는 곧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고 씨가 초기에 수사관에게 "하체는 파주 농수로에 있다"고 진술한 대로 농수로에서 나머지 시신이 발견됐다.

고 씨가 구입한 전기톱과 칼의 손잡이, 칼날 부분에서는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 모텔 CCTV에는 피해자와 함께 입장한 여성이 이후 혼자서 드나드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피해자가 모텔을 떠나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다.

고 씨가 경찰 조사 중 웃는 모습. MBC 에브리원 유튜브 영상 캡처
고 씨가 경찰 조사 중 웃는 모습. MBC 에브리원 유튜브 영상 캡처

고 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으나, 이후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를 모른다", "휴대폰 명의와 차량이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 씨는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였다. 살해 과정을 진술하면서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조사관이 "왜 웃냐"고 묻자 고 씨는 "무서워서요"라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점도 있었다. 고 씨는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차량에 실은 상태로 또다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다른 남성을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둔 상태로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다른 남성과 문자메시지를 교환하고 성관계를 맺거나, 절취한 피해자의 신용카드와 체카드로 모텔 요금을 지불하고 귀금속이나 장신구를 구입하는 등 죄의식이 결여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교화 가능성 낮다"…징역 30년 선고

고 씨는 법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강간하려 했고, 정신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신감정 결과 고 씨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를 지녔지만,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에는 이상이 없었다.

법원은 고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유기하고 피해자의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등 죄책이 매우 중하다. 범행동기도 밝히지 않는 등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했고 반성의 기미가 없다. 시신을 차량에 둔 채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등 교화 가능성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