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세 전쟁에 경쟁국 비해 더 큰 타격…기업 업황 먹구름
높아진 수출 장벽, 기업 직격탄…韓, 美 수입시장 '7위→10위'
대만·스위스에도 추월 당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작한 관세 전쟁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치솟아 1400원 선을 넘어서 연휴 이후 기업 업황에도 먹구름이 짙은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업계 보호 대책을 담은 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EU는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작년 기준 연간 3천53만t에서 1천830만t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수입 물량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약 380만t의 철강 제품을 EU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263만t(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은 한국에 부과된 쿼터를 통해, 나머지 물량은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국내 철강업계는 EU의 이 같은 발표에 '엎친 데 겹친격'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 수입 시장 내 입지도 다른 경쟁국에 비해 눈에 띄게 약화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의 10대 수입국 순위에서 최하위인 한국은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무역협회가 관련 자료를 분석해 관리하는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2009년부터는 15년간 꾸준히 6∼7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올해들어 순위가 추락했고 대만, 아일랜드, 스위스에 처음으로 추월을 허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1407.0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선을 넘어섰고, 8일 해외 시장에서 1424.02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여파로 한국의 타격이 큰 상황에 잠잠하던 환율까지 올라 근심이 짙어진 상황"이라며 "연휴 이후 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내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