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중구청 현장 감사 당일 '비하 그림' 걸어
동일 규정 위반한 다른 행사는 감사 대상 포함돼
중구의회 "최소한의 견제도 작동 않는 것 증명돼" 비판
중구청 "전시 전 조치돼 문책 어렵다고 판단"
대구 중구청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비하하는 그림을 건 전시장을 전시 직전 구청장 지시로 폐쇄(매일신문 9월 24일 등)하고도, 정작 당시 진행 중이던 감사에서는 해당 전시회 기획 과정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규정을 위반한 다른 행사는 감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중구청의 감사 대상 선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청은 이번 종합감사 기간 중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 논란이 된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 전시회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해당 전시회는 윤 전 대통령의 나체를 해부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그림 등을 전시해 정치·종교적 중립을 요구하는 회관 운영조례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전시회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열렸다. 봉산문화회관을 포함한 도심재생문화재단에 대한 중구청 감사는 전시회 직전인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돼 전시회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특히 중구청이 회관을 방문해 감사를 벌인 시기는 '비하 그림'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달 24일 오전이다. 당시 중구청 관계자는 문제의 작품들을 직접 살펴보고, 전시 강행에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시간 뒤 회관은 구청장(재단 이사장) 지시에 따라 해당 작품이 걸린 전시관을 폐쇄했다.
중구청은 감사 기간을 연장하고도 해당 전시회의 기획이나 작품 선정 과정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회관에서 열린 '불교 음악 행사'를 동일한 조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사 대상에 포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사는 중구청이 앞선 기간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돼, 올해 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도심재생문화재단의 방만한 운영을 수차례 질타해온 중구의회에서는 중구청의 감사 대상 선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구의회 관계자는 "감사 도중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도 이를 외면하는 건 의도적인 '봐주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로 이미 자정 능력을 잃은 재단과 회관에 최소한의 견제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전시회가 열리기 전 문제의 작품이 걸린 전시관이 폐쇄돼 결과적으로 문책하기 어려운 수준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불교 음악 행사의 경우 개최 전 의회의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전후 사정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시회에 대해서도 추후 논의에서 조치 필요성이 제기되면 시정요구에서 경고 정도의 처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