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최두성] '냉부해'로 채워선 안 될 추석 민심

입력 2025-10-08 17:30:00 수정 2025-10-08 18: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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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성 정치부장
최두성 정치부장

"혹시나(기대) 했는데, 역시나(실망) 였다." 추석 연휴 들은 정치권을 향한 민심의 한 줄 요약이다. 혹자는 "민심 경청(傾聽)은 없고, '냉부해' 공방(攻防)이 연휴를 채웠다"고 평했다.

"민주당의 목표는 어제보다 나아지는 국민의 삶"(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들이 바라는 건 유능한 정책정당·민생정당"(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추석 전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내놓은 '민생 우선' 다짐을 조금은 기대했던 민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추석 전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는 여야 간 대치로 산적한 민생 현안은 뒤로 물린 채 허송세월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등 쟁점 법안을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속에 일방 처리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법사위 간사 선임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단독으로 의결하면서 야당을 자극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5년여 만의 대규모 장외 집회로 대여(對與) 공세에 나서며 대치했다.

연휴 직후엔 이재명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돼 검찰청 폐지, 사법부 독립,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국감 출석 등을 놓고 더 격한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되는 형국이다.

민심은 추석이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를 누그러뜨릴 접점(接點)이 되길 바랐다.

헛심일까. 여야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추석 당일 출연한 TV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를 두고 부딪쳤다. 국민의힘은 국가전산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녹화는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K-푸드 홍보 차원이었다고 대응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을 비판한 장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여당이 나서서 제1야당 대표를 고발하는 것은 공포정치"라고 비판했다.

분명, 민심은 정치권에 민생 회복을, 또 한·미 정상회담 한 달이 넘도록 교착 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 등이 드리우는 우려 해결을 강하게 전했을 터인데도.

여야 앞엔, 70여 개 비쟁점 민생 법안 처리 등 '민생 과제'가 놓여 있다.

대표들의 다짐처럼 '나아지는 국민의 삶' '민생정당'으로 가려면 여야는 공히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야 한다. 출범 선언만 한 채 아직 가동하지 못한 '민생경제협의체'를 연휴 직후 최우선으로 가동해 국민 불안과 불만을 완화해야 한다. 이를 고리로 여당은 '폭주'를 멈추고 야당과 타협하며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필리버스터와 장외 투쟁을 거두고 민생 법안 처리에는 협조하고, 쟁점 법안은 여당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역구로 달려간 의원들이 들은 추석 민심이 연휴 끝에 쏟아질 것이다. 입에 발린 얘기, 듣고 싶은 얘기만 모아 '민심'이라 포장하는 일은 이번 추석만큼은 없어야 한다. 확증편향, 아전인수(我田引水)는 공격과 조롱, 폭압적 대결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된다.

듣는다는 건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다. 경청은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대로 들어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는 덕담은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한가위처럼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민생의 소망을 담고 있다. 정치권이 새겨야 할 추석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