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SUV를 600m 넘게 밀고 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난 가해 운전자는 2주가 훌쩍 지난 뒤 경찰에 뒤늦게 자수했다.
2일 충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5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6시 45분께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북충주IC 인근에서 자신이 몰던 20t 트레일러로 SUV를 들이받은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는 피해자 B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자를 찾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B씨에 따르면, 사고는 당시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감곡IC에서 북충주IC로 향하는 구간에서 일어났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어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2차로를 달리던 SUV는 갑자기 1차로에서 들어오던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했다.
SUV는 곧바로 90도 회전해 트레일러 전면에 가로로 끼였고, 이 상태로 600m 가까이 밀려갔다. SUV 운전자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경적을 울리며 "으악 으악 멈춰 멈춰 멈춰"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트레일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36초간 이어진 끔찍한 주행 끝에 SUV는 다행히 갓길에 멈춰 섰다. 트레일러는 SUV가 멈춘 위치에서 전방 100m 앞쪽에 비상등을 켜고 멈췄지만, 트레일러 기사는 약 3분간 차에서 내려 차량 상태만 확인한 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B씨는 이 사고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죽겠구나 싶었다. 아프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목과 어깨에 부상을 입었고, 사고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장면은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CCTV에 포착됐지만, 빗길과 어두운 시각 탓에 트레일러 번호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목격자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간절히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이 직접 트레일러를 특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온라인에서도 큰 관심이 쏠렸다.
결국 사고 발생 16일 만인 2일 트레일러 운전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조사에서 "동료가 유튜브 영상을 보여줘서야 사고가 내 일이라는 걸 알았다"며 "그 전에는 차량에 왜 흠집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고속도로순찰대 연합뉴스에 "(가해 운전자) 차가 살짝 느낌이 이상하니까 빗길에 미끄러졌나 했다더라. 그런데 핸들이 계속 흔들리길래 타이어 이상인줄 알고 세워서 확인을 했다더라"며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나서 사고가 난 줄 알았다더라. 이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을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난 경위와 동료와의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