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9월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2.7%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연합(EU) 등지로의 수출 다변화(多邊化)와 반도체·자동차 호황이 미국발 관세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拂拭)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659억5천만달러로, 지난 2022년 3월(638억달러) 이후 3년 6개월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수출은 20% 넘게 증가해 166억달러를,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인 자동차 수출은 17%가량 증가해 64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1.4% 줄었는데, 특히 철강(-15%)의 타격이 컸다. 미국 외에 아세안, EU, 중남미, 중동, 인도, CIS 등지 수출은 17~54%대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결코 낙관적 상황만은 아니다. 반도체만 해도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재고 확보용 특수(特需)라는 우려 섞인 분석이 있다. 게다가 자동차에 부과된 25% 관세 효과가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의약품, 구리 등에 대한 품목 관세도 불투명하다. 자동차처럼 일본, EU보다 월등히 높은 관세가 적용된다면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수출 환경을 둘러싼 가장 큰 불확실성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관련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다. 자칫 관세 협상의 기본 판이 틀어질 수도 있다.
수출 호조에도 관세 불안 탓에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위축(萎縮)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천27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74로 나왔다. 기준치 100을 훨씬 밑도는 수치인데, 수출기업의 전망치가 내수기업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특히 자동차 부품 및 섬유 산업 의존도가 높은 대구(60)와 철강 및 전자 업종 비중이 큰 경북(68)의 지수 전망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단기 실적에 고무돼 관세 파급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살피고, 다양한 지원책을 속히 마련해 중장기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