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열전-조두진] 기세 등등 민주당, 주저앉은 국민의힘, 이렇게 고착화되는 것일까

입력 2025-10-02 06:3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9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국민의힘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국민의힘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백약이 무효인 국민의힘 현실

국민의힘이 5년 8개월 만에 장외 투쟁을 펼쳤다. 지난 달 21일엔 대구 동대구역 집회를 열었고, 28일엔 서울 세종대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왠지 '김 빠진 느낌'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 권력인 국회가 제1권력이라는 '서열론'을 주장하며 내란 특별재판부, 대법관 증원, 조희대 대법관 사퇴 압박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사실상 4심 재판제 및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법이라고 비판 받는 법안도 밀어붙인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크게 앞서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정책 대결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서사(敍事)와 여론전 역량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주저앉게 될까?

▶ 군화가 닳아 너덜너덜해지면

볼세비키혁명(1917년 10월 혁명)은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세계 최초 공산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연방 탄생을 이끈 혁명이다. 볼세비키 혁명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회적 불만과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노동자와 농민의 삶은 피폐해졌고, 중산층과 지식층의 정치·사회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여기에 제1차 세계대전으로 엄청난 전사자가 발생했고, 산업과 경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려 시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볼세비키는 서두르지 않았다. 징집 돼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봉기하라"고 부추기는 대신 이들은 군복이 너덜너덜해지고, 군화가 닳아서 병사들의 발이 찢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병사들의 심신이 지치고, 곳곳에서 전선이 붕괴되기까지, 시민들의 분노가 위정자를 향할 때까지. 그러면서 그들은 러시아 사회의 변혁, 강한 러시아 재건 등을 외치며 국민적 지지를 쌓아갔다. 그리고 1917년 마침내 볼세비키는 페트로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장 봉기를 일으켜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했다.(10월 혁명)

▶강철도 녹일 세월의 파괴력

현재 국민의힘은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투쟁도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한다. 더 많은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세월의 파괴력은 무시무시하다. 불같은 사랑을 싸늘한 재로 만들고, 강철마저 녹인다. 현재 민주당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 폭주에 싫증과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온다. 그때가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는 순간일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온갖 무리를 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쫓아내려고 하고, 국민의힘에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우고, 정당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세월의 파괴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까 두려운 것이다.

▶'내란 프레임'이 무너진다면…

민주당은 지난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곧바로 '내란'으로 규정했다. 이것이 내란인지, 아닌지는 아직 재판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내란을 끊임없이 외치는 것은 처음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였고, 두번째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였고, 지금은 재판부을 압박해 '내란 선고'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내란 특별 재판부'를 만들겠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란 선고가 나오면 내년 지방 선거 승리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해산을 추진할 수 있고, 2028년 총선에서도 압승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연말쯤 나올 법원 선고에서 "직권남용은 유죄, 내란죄는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내란죄 무죄' 선고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퍼부어온 민주당의 공세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의 내란몰이는 억지가 되고, 그 지지자들의 '믿음'은 산산히 깨진다. 그야말로 '김'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 무엇을 언제 쏘느냐가 관건

국민의힘이 아무리 강경 투쟁을 펼쳐도, 지금은 민주당을 이기기 어렵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워낙 큰 사고를 쳤고, 탄핵까지 된 마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싸움은 단순한 힘의 대결이 아니라 타이밍과 서사의 싸움이다. 국민의힘이 각 분야별로 한올한올 세포 조직을 짜나가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파열음이 발생하면 기회가 온다. 그때까지 어떤 '서사'를 쌓느냐가 국민의힘의 과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것은 의석 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사를 쓰지 못하고, 타이밍을 잡지 못한 탓이 더 크다.

▶ 위험 하나둘이 아닌 민주당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겉보기에는 일치단결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당장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서영교 의원 등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을 향해 사퇴 공세를 펼치는 것은 언뜻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성 이미지 각인'을 위한 자기 정치이며, 이것은 이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갈 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거친 공격이 국민들에게 '이재명 대통령 유죄' 심증을 굳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을 부각시킬 테니 말이다. '불의한 대통령들도 쫓아내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는 정 대표의 말처럼 대통령도 쫓아내고, 대법원장도 쫓아내겠다는 마당에 현직 대통령이라고 재판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국민적 반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사법 리스크를 털어버리려는 이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시끄러운 상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거친 공세가 못마땅할 것이다.

무엇보다 2028년 총선에서 '더불어청래당' '명나라 위에 청나라' 소리까지 나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 여론전 역량 없이는 필패

민주당 내 갈등이 곧 국민의힘에 기회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각 분야별로 지지기반을 촘촘하게 엮어야 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역량, 구호처럼 간결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론전은 대회전(大會戰)에서 쓰는 나팔 소리와 같다. 그 소리는 평원 곳곳에 흩어진 군사들(국민들)에게 단순하고 또렷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논리적이고 복잡한 설명은 혼선을 야기할 뿐이다. 국민의힘엔 이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국힘이 민주당에 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