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합의하면 72시간 내 인질 귀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국제사회는 환영
하마스는 공식 입장 없이 신중 모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2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평화 구상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6일 UN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옹호하는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반박한지 사흘 만에 나온 합의다. 다만 하마스가 이 구상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하마스 압박하는 美-이스라엘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위한 평화 구상이 "매우 근접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제안을 거부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임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도 "하마스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임무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미국 주도의 평화 구상은 즉각적인 군사 작전 중단이 전제다. 구상안에는 가자지구의 비급진적 테러청정지역 전환 등 20개 조항이 담겼다. 최종 합의 시 하마스가 72시간 내로 남아있는 생존·사망 인질 전원(48명)을 이스라엘로 송환하고, 이스라엘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50명과 전쟁 발발 후 구금한 수감자 1천700명을 풀어주게 된다.
BBC에 따르면 휴전 협상에 정통한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카타르와 이집트 관리들이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백악관의 가자 전쟁 종식안을 도하에서 하마스 관리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에서 배제되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은 남겨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미국은 향후 가자 지구 통치 계획도 제시했다. 기술관료적이고 비정치적인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임시로 통치를 맡는다. 단,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라는 기구의 감독 및 관리가 있어야 한다. BBC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 통치 기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평화 구상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정부가 '경제 발전 계획'이라 부르는 가자지구 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합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강제로 이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접 국가 등으로 이주시킬 것이라던 과거의 발언을 뒤엎은 것이다.

◆하마스는 신중 모드, 비등하는 비관론
비관론도 만만찮다. 대략적인 청사진에 불과한 평화 구상이라는 지적이다. 하마스가 동의할지도 불분명하다. 실행까지 걸림돌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영국 가디언은 평화 구상이 대략적 스케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하마스가 무장 해제 등의 계획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하마스가 무장 해제와 가자지구에서 잠재적 추방으로 이어질 협상에 동의할지는 불확실하다"며 "평화를 향한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하마스는 평화 구상과 관련해 "아직 문서를 못 받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가 이번 요구를 수용할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WP는 하마스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지만, 하마스 고위층인 타헤르 알누누가 "우리는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 어떤 제안이든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