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풍성한 회의 예고
신냉전 구도로 국제 정세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역대 가장 풍성한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6년 만의 양자회담이 전격 성사됐으며, 사임을 선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자가 첫 다자 간 정상 외교에 데뷔전을 치른다.
◆6년 만의 재회 트럼프와 시진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과 통화 직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APEC에서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이 성사되면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 또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방한한 이후 13년 만이다.
미·중 정상이 어디에서 조우할지, 만남의 형태는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G2의 수장들의 만남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촉발된 관세 부과로 인해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대립구도에서 이뤄지는 이번 회동 이후 통상·안보 등 국제 질서의 재편이 어떻게든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시바 시게루 후임은 누구?
이시바 일본 총리 겸 집권 자민당 총재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을 끝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물러났다. 그는 앞서 지난 7일 총리직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차리 총리 후보로는 세대교체론을 내세우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강경 보수 유권자의 지지가 강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의 2파전이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총리에 오르면 '역대 최연소 총리'로, 여자 아베라고 불리는 다카이치가 총리에 뽑히면 '역대 최초 여성 총리'가 된다.
일본 자민당은 10월 4일 새 총재를 선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참석을 위해 방한 직전 일본 방문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0월 31~11월 1일 열릴 예정으로, 트럼프가 방한 전 일본을 찾으면 신임 일본 총리와는 첫 대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될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 성사 여부도 큰 관심이다. 최근 두 정상 간 대회 재개 가능성이 나오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 여부에 대해 "지금으로선 단정적으로 말하기 곤란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북미 정상 간 대화는)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지켜보도록 하겠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앞서 정부는 APEC를 통한 북미 대화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게 잡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설적"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2018년 이후 7년 만에, 김성경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 채널 재개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장소는 경주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집권 1기 총 3차례 이뤄진 트럼프-김정은 간 만남은 싱가포르, 판문점, 베트남에서 성사됐다. 현재까지는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판문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