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나흘째 먹통…29일 오후 복구율 11.3% '민원 대란'

입력 2025-09-29 17:04:59 수정 2025-09-29 1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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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본원 화재로 647개 시스템 중단, 62개만 복구
96개 시스템 대구 클라우드 이전…정상화 4주 이상 소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를 방문해 국가 전산망 운영체계 등 안전 관리시설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를 방문해 국가 전산망 운영체계 등 안전 관리시설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촉발된 전례 없는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행정과 민생 전반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복구율이 11.3%(오후 4시 기준)에 불과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행정정보 시스템 647개 가운데 복구된 것은 62개뿐이다. 주민등록 발급이 가능한 정부24와 일부 우체국 서비스가 재개됐지만, 국민신문고·국가법령정보센터·통합보훈 등 핵심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불에 탄 전산실 내 96개 시스템은 대구 민관 클라우드 센터로 이전해야 해 최소 4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그 사이 세금 납부와 계약 기한을 연장하고 수수료 면제 등 임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정부 전산망 마비로 시민 불편이 일상 전반으로 확산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화재 이튿날부터 제주공항에서만 7명이 신분 확인을 하지 못해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했다. 소방 당국도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와이파이(Wi-Fi) 기반 위치 조회가 작동하지 않아 신고자 주소를 직접 확인하며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권 피해도 속출했다. 은행권에서는 공공마이데이터 기반 비대면 신용대출이 중단됐고, 증권사 신규계좌 개설과 카드업계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신청도 차질을 빚었다. 우체국 택배·우편 서비스와 일부 보험·예금 업무까지 멈추면서 피해 범위가 커졌다.

이번 사태는 충남 공주에 건설 중인 '재난복구 전용 데이터센터' 개소 지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08년 계획된 이 센터는 비상 상황에서 행정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고자 추진됐지만 18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액티브-액티브 이중화 시스템이 구축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예산 차질과 사업 지연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 백업센터로 제 역할을 조속히 수행하도록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해법 모색보다는 책임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허술한 관리 행태가 국민 생활과 사이버 보안에 큰 위기를 초래했다"며 현 정부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그러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내란획책에 정신이 팔린 윤 씨 등이 10년 지난 배터리 교체 권고를 무시하고 만들어 낸 결과"라며 맞불을 놨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첫 공식 사과 메시지를 내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생과 직결된 시스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라"며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