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의 원인으로 리튬배터리가 지목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는 작업자 13명이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을 토대로 UPS 제조업체를 거쳐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됐다.
사용연한인 10년을 1년가량 넘긴 상태였으며 보증 기간 10년은 만료됐다. 해당 모델은 지금까지 화재 이력이 없었고, 지난 6월 정기 안전 점검에서도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는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면서도 배터리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데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현실적인 대체제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일각에서는 화재 위험이 적은 나트륨 배터리나 수소 배터리가 거론되지만,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배터리는 중국에서 개발 중인 제품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수소 배터리는 도심에 충전소를 설치하기 어렵고 원재료가 비싸다는 점에서 리튬배터리를 대체하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이어져 ESS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ESS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왔다. 오는 30일 미국의 IRA 개정으로 인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당분간 전기차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현재 ESS에는 대체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며 '초대용량 배터리'라고 할 수 있는 ESS 사업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배터리 3사 모두 ESS 수주를 따내면서 전기차 캐즘 국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잘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배터리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