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30억원 과징금, 연간 30억원 못 버는 건설사 97%에 치명타"

입력 2025-09-29 18: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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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정부가 중대재해에 대한 고강도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 부담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연간 사망자 3명이 발생할 경우 영업이익의 5% 또는 손실 기업이라도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한 건설사에서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 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건설업 등록 자체를 말소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한다. 또 3년 동안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사고가 또 일어날 경우 신규 사업, 수주, 하도급 등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기업 안전 옥죄기 정책이 현실화하자, 건설업계에선 한숨이 터져 나온다. 대부분 건설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최소 과징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종합건설사 1만7천188곳 중 영업이익 30억 원 이하 기업은 1만6천708곳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잇단 사망사고로 부과하겠다는 최소금액인 30억원을 1년 동안 벌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 97.2%에 달한다. 즉, 한 번의 과징금만으로 영업이익이 모두 사라졌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과징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등록 말소 규정까지 적용되면 신규 수주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도한 과징금은 매출원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고초를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사망자(6명)가 발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 2천14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이 기준으로 과징금이 10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매출원가율 0.3%포인트(p) 상승 효과를 낸다.

아울러 안전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대외 신인도, 사업 경쟁 하락, 공사 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 현금 흐름 경색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키움증권 신대현 연구원은 "국내 건설업 안전 문제는 개별 기업의 안전불감증보다 구조적 원인이 크다"며 "정부 규제 강화는 비용 증가와 사업 리스크 확대를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돈을 벌어도 항상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다만, 위험이 클수록 더 많은 수익이 날 것이란 보장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앞으로 업계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