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못타" "부동산 계약 차질"…행정망 마비에 전국이 멈췄다

입력 2025-09-27 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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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시스템 오류 문자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시스템 오류 문자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주요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주말인 27일 하루 종일 시민들이 곳곳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찾은 김모(41)씨는 가족과 제주 여행을 떠나려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두 자녀 탑승을 위해 필요한 가족관계 증명서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출발 전 모바일로 발급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정부24 오류로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승객들은 간신히 문제를 넘기기도 했다. 자녀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탄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아이들이 신분증이 없어 종이 등본이 꼭 필요했는데 미처 챙기지 못했다"며 "과거에 발급받아 저장해둔 파일 덕분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객선 승객들도 혼란을 겪었다. 인천항에서는 무인민원발급기가 멈추면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지 못한 승객들이 난감해했고, 일부는 휴대폰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으로 간신히 탑승이 허용됐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는 결국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라"는 긴급 안내를 SNS에 띄웠다.

전국 의료기관에서도 불편이 이어졌다. 대구의 주부 A씨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지만, 모바일 신분증이 작동하지 않아 진료를 거부당했다. 그는 "신분증을 가지러 집까지 돌아갔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부산의 김모(45)씨 역시 "병원 접수를 모바일 신분증으로 하는데 오류를 전혀 몰랐다"며 한 시간을 허비했다.

부동산 계약을 앞둔 시민들에게도 직격탄이 됐다. 서울 영등포구청 무인발급기를 찾은 30대 여성은 화면이 꺼진 기계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함께 온 일행은 "오늘 계약에 필요한 등본이 발급되지 않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법원 인터넷등기소 역시 내국인 실명확인, 부동산 열람·발급, 토지 이용계획 조회 등의 일부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터넷 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 27일 서울 서대문우체국 우체국365 ATM에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터넷 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 27일 서울 서대문우체국 우체국365 ATM에 '장애 발생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금융 서비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의도우체국 ATM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서비스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었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존 우체국을 이용하던 금융소비자가 입·출금부터 계좌 이체, 자동입출금기(ATM) 사용, 보험료 납부·지급까지 모든 서비스를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신속한 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광주와 대구 등 다른 센터에 데이터가 백업돼 있지만, 백업과 빠른 복구는 다른 문제"라며 "센터 간 거리가 멀어 데이터베이스 동기화가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전·대구·광주 3개 센터로 이뤄진 국정자원 가운데 대전·광주는 재해복구 시스템이 일부 구축돼 있으나 최소한의 규모에 불과하고, 스토리지만 있거나 백업만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별로 조금씩 다르게 돼 있어 시스템별로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가동할지 아니면 원시스템을 복구할 건지를 판단해 대응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