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좋은 유격수 이재현, 1번 역할도 잘해
디아즈, MVP 경쟁서 폰세의 대항마 부상
밥상을 차리고 해결하는 사이다. 삼성 라이온즈 공격을 이끄는 이재현과 르윈 디아즈가 그들. 땅볼을 잡아 던지고 받아주는 사이다. 역시 둘 얘기다. 수비에서의 활약도 만점. 이들의 공수 활약 덕분에 삼성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1번 타자도 잘 어울리는 유격수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지휘자.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아 내야수의 위치를 조절한다. 좋은 유격수라면 수비 범위가 넓어야 한다. 강한 어깨도 필수. 3루수의 뒤를 받치고 2루수를 거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비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체력 소모도 많다.
공격력까지 괜찮다면 금상첨화. 현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이 그런 경우다. 7년 동안 국내에서 통산 타율 0.298 133홈런을 기록했다. 2020년 KBO리그 마지막 시즌엔 3할 타율(0.306)에다 홈런 30개를 날렸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강한 내야 수비를 자랑하는 팀. 그런 만큼 좀처럼 '수비 잘 한다'는 말을 듣기 어렵다. 게다가 사령탑이 '국민 유격수'로 불린 박진만 감독. 눈높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 22살 선수가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재현 얘기다.
삼성은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재현을 1차 지명했다. 상위 순번 지명권은 보통 투수에게 사용하기 마련. 투수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내야수의 이름을 불렀다는 건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뜻. 이재현은 기대에 부응했다.

이재현의 수비는 안정적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하다. 급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박 감독의 선수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 박 감독과 손주인 수비 코치가 각별히 신경을 쏟은 데다 자신의 노력을 보탠 결과다. 어깨가 강하고 타구 판단도 빠르다.
공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라는 게 이재현의 매력. 다만 타율이 2할대 초반이라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 1번 타자로 나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1번 타자는 정교한 타격과 높은 출루율이 중요한 자리. 공을 잘 맞히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10경기(28일 경기 전 기준)에서 이재현의 타율 4할. 안타 16개 중 10개(2루타 6개, 홈런 4개)가 장타다. 힘과 정교함 모두 보여줬다. 이재현은 "1번 타순은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많다. 잘 맞고 있으면 더 재미있는 자리같다"고 했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
◆4번 타자다운 1루수, MVP도?

올 시즌 단연 돋보인 이는 투수 코디 폰세. 28일 경기 전까지 다승(17승), 평균자책점(1.85), 탈삼진(242개) 1위다. 독보적, 압도적이란 수식어가 과하지 않다. 승률(0.944)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0.93)도 1위. 그 덕분에 한화 이글스가 상위권에 자리매김했다.
폰세의 독주에 제동을 걸 선수가 등장했다. 삼성의 4번 타자 디아즈가 주인공. 시즌 초 주춤했으나 제 모습을 찾더니 홈런과 타점 부분에서 단독 1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몇 경기 침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떨치고 일어나 다시 방망이에 불을 붙였다.

이번 시즌 타자 중에선 디아즈가 단연 돋보인다. 28일 경기 전까지 홈런(49개)과 타점(151타점)은 단독 1위. 타점 2위 문보경(108타점·LG 트윈스), 홈런 2위 패트릭 위즈덤(33개·KIA 타이거즈)와 차이가 상당히 크다. 이미 2관왕은 확정한 셈.
디아즈는 25일 대구에서 한국 야구사를 새로 썼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출전해 대기록을 2개나 세웠다. 단일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종전 146타점)을 달성했다. 또 49호 홈런을 날리면서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종전 48개)도 세웠다.

디아즈는 좋은 수비수기도 하다. 화려한 공격력이 가려져 있을 뿐. 이름난 수비수였던 박진만 감독도 칭찬했다. 박 감독은 "글러브 핸들링(포구)이 아주 좋다. 내야수들이 편하게 송구한다. 다 잡아줄 거란 믿음이 있다"며 "땅볼 타구도 잘 따라붙어 처리한다"고 했다.
이미 리그 최초로 150타점 고지를 넘어섰다. 50홈런-150타점을 달성하면 MVP도 노릴 만하다. 디아즈는 "타석에선 기록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며 "(MVP 경쟁 구도가) 어떻게 될지는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하겠다. 고르기 힘들면 2명에게 줘도 괜찮다"며 웃었다.

디아즈는 소문난 애처가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전했다. 그는 "아내는 내 전부다. 야구를 하는 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아내를 위한 것"이라며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항상 격려해주고 긍정적인 말을 해준다. 고맙고 사랑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