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00여 명,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되겠다."며 절박함 심정을 피를 토하듯 쏟아내
25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500여명의 주민들은 "우리도 먹고살아야 되겠다"라는 절박한 심정을 쏟아냈다. 주민들은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범을 선언하고, 석포제련소 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
주민들은 석포제련소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주장했다. 임직원만 약 660명, 협력업체와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이 생계를 의지하고 있어서다. 직영·협력업체 인건비 등으로 지역에 풀리는 규모는 연간 1천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석포면 식당, 마트, 학원 등의 주고객층은 제련소 근로자와 가족들이다. 봉화군 평균 연령은 58세지만, 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면은 51.7세로 가장 낮다. 젊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정착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봉화읍 내성초등학교 다음으로 석포초 학생 수가 92명으로 많고, 몇 해 전에는 학생 수 증가로 교실 4칸을 증축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제련소가 빠지면 지역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와 경북도는 제련소 이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전 실현 가능성과 일자리 대책을 종합 검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경북도는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 대책' 용역을 진행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전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폭넓게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이전이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는 불신이 쌓이고 있었다. 주민단체는 "지역 의견을 배제한 일방적 추진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결의에 찬 목소리를 이어갔다.
지방소멸의 공포도 뚜렷했다.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35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가운데, 봉화와 태백도 경계선에 서 있다. 태백은 이미 장성광업소 폐쇄와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인구 유출과 청년층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제련소 이전 추진은 곧 지역 사회의 몰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현장을 지배했다.
◆환경단체와 맞서는 주민
제련소 환경 문제를 두고는 시각차가 첨예했다. 환경단체는 제련소의 오랜 환경 영향을 문제 삼았지만, 주민들은 "과거와 달리 많이 개선됐다"고 맞섰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1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용수 100%를 재활용하고, 공장 하부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삼중 차단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하류 지점의 중금속 수치는 법적 기준치 이하였고, 인근 하천에서는 멸종위기종 수달도 발견됐다.
주민들은 이전이 아닌 상생의 길을 강조했다. 주민생존권 사수 봉화군협의회 관계자는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권"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현실을 직시하고, 제련소 이전이 아닌 개선과 상생의 길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