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역사성과 상징성 세계 각인 기회 줄까 우려
만찬장과 행사에 '경주다움' 반영해 달라
2025 APEC 정상회의 개막을 40여 일 앞두고 정부가 공식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경주지역사회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세계에 각인시킬 기회가 줄어들까 우려된다"면서 "변경된 만찬장과 행사에 ' 경주다움'을 녹아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제9차 회의를 열고 공식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 중정 내 신축 건축물 대신 라한호텔에서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2025 APEC 정상회의'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비 80여억원들 투입해 공정률 97%로 준공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전격 만찬장을 변경함에 따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미·중 정상의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판'이 커지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상황에서 의장국 초정 공식만찬 행사를 통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천년고도의 경주의 역사성·상징성 전 세계에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경주지역사회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초청 공식 만찬을 '정상회의의 꽃'이라고 할 정도다. 이는 단순한 만찬 행사를 넘어 개최국의 문화적 정체성, 환대 정신, 외교적 성과를 상징하고 집약해 내기 때문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당초 만찬장으로 결정됐던 것도 천년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는 신라금관과 에밀레종 등의 문화유산을 통해 경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APEC 개최도시 경주시는 만찬에 참석하는 회원국 정상들이 신라금관이나 성덕대왕신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송출돼 이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경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정상들의 배경 사진은 곧 '경주의 홍보물'이 돼 관광객 유치, 국제행사 재유치, 문화도시 이미지 강화 등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했는데 만찬장 변경으로 그 효과가 줄어들게 됐다.
이 때문에 만찬장 장소 변경에 대해 경주시와 시민들은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국제행사의 전례나 초청 규모, 의전, 안전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한 것에 가타부타 말하기 그렇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만찬장이 호텔 연회장으로 바뀌면서 '경주 상징성이나 특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아쉬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이어 "정부가 만찬장 무대 배경에 첨성대, 불국사 다보탑, 황룡사 9층목탑 등 신라 대표 유산을 모티프로 한 미디어 아트나 디지털 재현, 경주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만찬 코스, 신라 전통 공연, 천마총 벽화나 석굴암 본존불 등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포토월 설치를 통한 정상 기념사진 연출, 기념품 등 만찬 행사 전 과정에 '경주다움'을 녹여내 줄 것"을 주문했다.
만찬장 변경에 따라 국립경주박물관 한옥 형태의 신축 건축물은 APEC CEO 서밋과 연계한 기업인·정상 간 교류와 부대 문화행사장으로 활용하게 된다.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주간(10월 27일~11월 1일)에는 국내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퓨처테크 포럼 등 다수의 경제행사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당초 박물관을 만찬장으로 할 경우 APEC 정상회의 주간 1주일 동안 휴관을 할 예정이었으나 만찬장 변경으로 계속 개관을 한다.
하지만, 총 80여억원(건축비 4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박물관 신축 건축물이 정상 만찬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임시 행사장으로 쓰인 뒤 철거될 가능성까지 제기돼 예산과 행정력 낭비 논란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