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김성준] 개혁(改革)의 진정한 의미

입력 2025-10-01 11:13:19 수정 2025-10-01 17: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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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가 '개혁'이라는 말이다. 이재명 정부들어 곳곳에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루겠다던 재탕, 삼탕 수준의 내용도 있고 아예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도 보인다.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이 주거안정 목적의 부동산 제도 개혁, 공공의료 확대, 건강보험제 개혁 등은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대중매체의 고의적 왜곡이나 허위 정보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물게 하는 언론개혁 역시 이전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노란봉투법을 비롯하여 상법 개정을 통한 경제 개혁은 자칫 시장체제를 크게 왜곡시킬 수 있고, 검찰 및 사법부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이건 아예 삼권분립에 바탕을 둔 민주정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도대체 '개혁'은 무슨 뜻일까? 개혁은 한자로 나쁜 습관이나 버릇을 고치다(改)라는 말과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옷(革)'이라는 말의 결합이다. 여기서 革은 동물의 가죽을 인간에게 이로운 형태인 가죽옷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이 있어, 일반적으로 개혁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바꾼다는 뜻으로 발전했다.

한편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영어 reform은 '다시(re)'와 '모양을 잡다, 형성하다(form)'의 결합으로 '다시 모양을 잡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는 일반적으로 기존 제도나 시스템의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고치거나 바꾸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개혁의 보다 근본적인 의미는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것보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더 가깝다. 역사적으로 중세와 근대를 나누고 개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16세기 종교개혁(the Reformation)은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정화하고 개인의 신앙, 성경의 권위, 교회의 봉사 사명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마디로 종교개혁의 정수는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개혁이란 정부 본연의 모습과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본연의 역할이란 간단하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침해받을 수 없는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켜주는 것이다. 권리란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존중해야 할 의무를 뜻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바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유능한 정부는 본연의 역할에 전력을 다한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함부로 권력을 이용하여 강제로 국민의 자유로운 결정과 행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이 외의 나머지 정부활동은 본질적인 역할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이다. 환경보호, 복지정책, 공공재 공급과 같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부차적 역할이다. 개인과 집단이 그렇듯, 무능한 정부일수록 반드시 해야 할 소임은 제대로 못 하면서 오지랖만 넓어 이런저런 곁다리 일에만 몰두한다.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의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정부다.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는 소비자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해당 기업이 제일 잘 안다. 스스로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큰 효용과 복지를 안겨준다. 정부가 제 아무리 열심히 설계하고 규제해도 시장에서 거래하는 당사자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휴식권이니 건강권을 보장한답시고 근로 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발상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기업이 성장해서 생산성 있는 직원들에게 임금을 더 주고 소득을 높이는 길이 정석이다. 기업이 어려워지고 임금이 악화하는데 도대체 휴식권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개혁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정부가 개혁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추진하는 개혁이 자칫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