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구강–장–뇌 연결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발병 경로 확인
양치질이 치아건강뿐 아니라 뇌질환에도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연구가 관심을 끌고있다.
국내연구팀은 입 속에 사는 세균이 장에 정착해 뇌신경세포에 영향을 주면 파킨슨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놨다.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고아라 교수, 박사과정 박현지 씨, 성균관대 의대 이연종 교수, 박사과정 천지원 씨 공동 연구팀이 서울대 의대 김한준 교수 연구팀과 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든 대사산물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 5일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손발이 떨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대표적인 뇌 질환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2%가 앓고 있는 흔한 병이다.
그동안 파킨슨병 환자의 장에 있는 세균은 건강한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떤 세균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 세균이 만든 어떤 물질이 뇌까지 가서 병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세균 중 하나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인 '우로카네이터 환원효소(이하 UrdA)'와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이하 ImP))'이라는 효소 대사산물 역시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 물질은 실제 파킨슨병 환자 혈액에서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실험용 동물 모델에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를 정착시키거나, UrdA를 발현하도록 조작한 대장균을 주입한 결과 동물 모델 혈액과 뇌 조직에서 ImP 농도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에서 만들어진 ImP가 혈액을 타고 뇌까지 이동해 축적하면서 농도가 높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들도 나타났다.
도파민 신경세포 파괴, 신경 염증, 운동 기능 저하 등이 확인됐으며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단백질인 '알파 시누클레인' 응집도 촉진됐다.
이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생산한 대사체가 파킨슨병의 루이소체 뇌병리 발달에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루이소체가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임을 감안할때 이번 결과는 분자 진단을 통한 파킨슨병 조기 예방과 예방 치료제 개발의 마중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고아라 교수는 "구강–장–뇌를 연결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발병 경로를 밝혀냈다"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