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국채보상로로 장소 변경해 진행…2천명 참가 추산
기독교 단체, 달구벌대로서 집회…"5천명 운집" 주장
별다른 충돌·사고 없이 행사 마무리 수순
집회장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개최 직전까지 이어진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정작 행사 당일에는 별다른 충돌이나 갈등 없이 진행됐다. 축제 장소 변경으로 반대집회와의 거리도 확연히 멀어지면서 양쪽 참가자 간의 작은 '신경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일 오후 12시부터 열렸다. 지난 18일 조직위원회가 집회 신고 사항을 일부 변경함에 따라, 축제는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대신 중앙네거리와 공평네거리 사이 3개 차로에서 진행됐다.
중앙무대는 2·28기념공원 앞에 설치됐다. 무대 앞 차로에는 양쪽으로 천막 수십 개가 들어섰다. 축제 참가자들은 저마다 챙겨온 물품들로 천막을 꾸미는 등 부스 운영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축제 장소와 차로 사이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수신호를 통해 차량 통행을 유도했다. 이날 대구경찰은 안전 통제를 위해 양쪽 집회를 통틀어 17개 중대 경력 1천여 명과 순찰차·사이드카 44대를 배치했다.
공원 앞 편도 4차로 중 3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인근을 지나는 차량들은 한 차로에 몰려 서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따금씩 경적이 울리기도 했지만, 행사 참가자들과 큰 마찰을 빚는 운전자는 없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축제 현장에는 2천명 이상이 모여들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1년 중 단 하루, 이 짧은 시간을 위해 국가권력과 싸우고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더 큰 여정의 시작인 것 같다"며 "이 공간이 우리 계획대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기기 위해 노력하겠다. 끝까지 자긍심 넘치는 행진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반월당역 인근 달구벌대로에서는 기독교 단체의 주도로 퀴어축제 개최 반대 집회가 열렸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주최 측은 해당 집회에 최대 5천여 명이 운집했다고 추정했다. 참가자는 대부분 중장년층이었지만, 미성년자나 청년층 참가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피켓을 착용하고, '실로암' 등 찬송가를 함께 불렀다.
오후 3시 40분쯤에는 피켓을 든 반대 집회 참가자 70여 명이 축제 현장에 접근했다. 이들은 퀴어축제 행진 예정 지역 곳곳에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좁은 공간에 순간적으로 인파가 몰리면서 잠시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이내 경찰이 정리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양쪽 집회 도중 별다른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예년보다 두 집회 간 거리가 멀어지면서, 집회 참가자 사이 작은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직위는 오후 5시부터 참가자들과 함께 공평네거리, 반월당네거리 등 대구 도심 일대를 행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