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강도강간 소년범 이력, 27세 때 동료 배우 폭행, 31세 때 음주운전 전과가 드러나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의 범죄 이력에 대해 두둔 발언이 사회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허철 씨가 배우 조진웅으로부터 받은 폭행 피해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털어놨다. 그는 "용서한다"는 취지로 글을 마무리했다.
7일 허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4년 어느 날 내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사람이 있다. 반격할 틈도 없이 주변에서 말려서 일방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다"며 "나를 때린 사람이 조진웅 배우다. 내 옆에 앉아있던 조 배우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가격했다. 사람들이 말리자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당황했다. 뭐지? 뭐 이런 황당한 경우는 무엇인가. 난 그날 이 배우를 처음 만났고 도무지 이해를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고 모 감독의 영화 성공 기원하는 제를 지낸 후 차량으로 이동 중 차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중학교 때 친구랑 주먹다짐을 한 이후로 어른이 돼서 처음으로 누구한테 맞았다"며 "매니저를 통해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무 죄도 없는 매니저만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쩔 줄 몰라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조진웅은) 기억이 안 난다고 며칠이 지나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난 화면에서 그의 얼굴만 보이면 껐다. 자꾸 그날 그 순간이 생각나고 분노가 치밀었기에 트라우마가 됐다"며 "그런데 주변 영화인들에게 하소연을 해도 모두들 '왜 그랬지?' 허허 하며 넘어간다. 그래서 그냥 묻고 지내왔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조진웅을 용서한다고 했다. 허 감독은 "오늘 그에 관한 뉴스를 봤고 그의 과거 이력을 알게 됐다"며 "근데 참 희한하다. 내 마음 속에서 다른 마음이 올라왔다. 처음으로 '그랬었구나...' 하며 용서의 마음이 올라왔다. 이 배우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 대한 화가 치솟는다. 은퇴를 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나는 아무 맥락 없이 폭력을 당했던 벌어진 현상에 대해서 화내기 급급했었다. 너무 창피하다. 난 왜 그 사람 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까"라며 "나도 지금 그 수많은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과 같은 미물 아닌가. 그들에 대한 화는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이다. 부디 다시 연기 생활을 하기 바란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소주 한잔하고 나한테 빰 한번만 맞고 쿨하게 털어내자"라고 썼다.
지난 5일 조진웅의 과거에 대한 디스패치 보도 뒤 조진웅은 즉각 은퇴를 결정했다. 이에 현직 판사와 서울대 교수,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 인사 등이 잇따라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며 조진웅을 향한 두둔성 메시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7일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소속 류영재 판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소년재판은 비공개한다.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는다. 미성년자의 재사회화는 사회의 책무이자 약속이기에 그렇다"며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배우 조진웅이 자신의 죄를 얼마나 사죄하고 반성했는지, 그 후 죄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중요한 건 이 쪽일 것 같다"고 썼다. 조진웅은 소년범 이력 외 27세 때 동료 배우 폭행과 31세 때 음주운전 전과가 드러났는데 류 판사는 소년범 이력에 집중했다.
최근 '유퀴즈' 등 방송에 활발히 출연하고 있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소속 문정훈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조진웅을 두둔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문 교수는 "30년 전의 과오, 법으로 정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가 있었는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며 "사회적 관용이 너무 박하다"고 덧붙였다.
YTN라디오 앵커 출신 김혜민 프로듀서도 같은 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나는 X년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조진웅 씨 사례가 수많은 과거의 X년X놈들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주저하게 하지 않길 바란다"며 "조진웅 씨가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하루 앞선 6일 오전 고려대 한문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김재욱 작가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조진웅 씨 사과하지 마라"는 글을 남겼다. "십수 년 전 일을 까발려 사회생활 하는 사람 인생을 작살 내려는 짓이 공익이고 정의구현이냐"고 적은 그는 "깡패·양아치 짓하는 대중들도 비겁한 짓 그만 하라"며 "조진웅이 니들에 비하면 양반이야"라고 썼다. 지난달 '사서심경'을 출간한 김 작가는 논어·맹자·중용 등을 통해 "나부터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유교의 윤리적 태도를 강조해 온 인물이다.
한편 허 감독은 "(조진웅이) 사과하러 오길 옆 가게에서 기다리는 와중 (조진웅이)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 다른 젊은 배우에게 얼음을 붓고 때렸단다"는 추가 폭로도 남겼다.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 배우는 2014년 당시 처음 드라마 주연으로 데뷔한 20대 남자 배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