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조한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책, 내용은 기대 이하 효과도 의문

입력 2025-09-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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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이 물가도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갈수록 심해진다. 지난 8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4.8% 뛰면서 소비자물가를 0.37%p(포인트) 높였다. 폭염과 폭우 등 기후변화로 채소·과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고, 병충해 피해로 작황 예측조차 어렵다. 날씨에 따라 채소류는 일주일 단위로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 한국 식료품 가격은 주요국 대비 갈수록 높아진다. 1990년 한국 식료품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2배였는데, 2023년엔 1.5배로 벌어졌다. 영세농들이 많다 보니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 단가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소비자가 낸 돈과 생산자가 받은 돈의 차이인 '유통비용'이다. 2023년 기준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50%에 육박한다. 유통기한이 짧은 일부 농산물은 70%를 훌쩍 넘긴다. 해가 갈수록 유통비용률도 높아지는데 인건비 상승도 원인이지만 도매시장 법인과 유통업체 이윤 자체가 늘어서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 불안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복잡한 유통 구조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우리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보다 무려 50% 가까이 높다"면서 유통 구조 개혁을 촉구했고, 일주일도 안 돼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워 유통비용을 2030년까지 10% 낮추고, 7%에 이르는 도매법인의 경매 위탁 수수료도 낮출 방침이다.

발 빠른 대응이었지만 내용은 기대 이하다. 우선 지난해 5월 발표된 대책과 거의 비슷하다. 도매법인 중심의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도매법인에 농가의 생산비 보전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재원 마련 방안도 미흡하다.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확산은 문재인 정부 때, 농축산물 데이터 기반 물류 효율화는 윤석열 정부 때 추진한 정책이다. 대책은 요란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유통비용에 비례해 농산물 가격도 오르기만 했다. 앞선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원인부터 찾아야 진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대통령의 주문에 허겁지겁 짜깁기 대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