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할인사업, 소비자 외면하고 대형유통업체 배만 불렸다

입력 2025-09-18 17: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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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할인 효과는 무용지물…실질적 모니터링 체계 필요"
배추 수급 관리 실패로 여름철 가격 폭등, 정부 책임 드러나

추석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구매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4년 만에 30만원을 밑돌았다. 올해 폭우와 폭염 등 악천후로 추석 물가가 치솟지 않을까 염려한 것과 달리 사과와 배 가격이 내려가면서 추석 차례상 비용도 2년째 떨어졌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물량이 풀리면서 장보기 비용은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추석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구매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4년 만에 30만원을 밑돌았다. 올해 폭우와 폭염 등 악천후로 추석 물가가 치솟지 않을까 염려한 것과 달리 사과와 배 가격이 내려가면서 추석 차례상 비용도 2년째 떨어졌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물량이 풀리면서 장보기 비용은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추진해온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이 실상은 대형유통업체의 '꼼수 할인'에 악용돼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농식품부가 문제를 알고도 사실상 방치한 데다 중소업체를 배제하고 대형업체에만 수백억 원을 집중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더 나아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부실한 수급 관리로 지난해 여름 '배추 대란'이 가속화 됐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6~12월 대형유통업체 6곳이 진행한 할인 행사에서 313개 품목 가운데 132개 품목의 가격이 행사 직전 인상됐다. 이 가운데 45개 품목은 20% 이상 가격을 올리고서 다시 내린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할인 혜택이 사실상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간 셈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이 같은 행태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해 중소유통업체를 배제하고 대형업체에만 33억8천만원을 지원했으며, 12월에는 예비비 119억원을 대형업체 전용 할인사업에 투입했다.

감사원은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대형업체 전용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품목 지정 방식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특정 시기 가격 상승률만을 기준으로 지원 품목을 정했을 뿐, 소비자의 실제 지출 비중을 고려하지 않았다. 지난해 30주 동안 지정된 시금치의 가격 상승률은 89%였지만 소비자 지출액은 98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지정되지 않은 오이는 지출액이 302원 늘었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은 외면되고, 체감 효과가 낮은 품목에만 지원이 집중된 것이다.

감사원은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지원 품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산물 수급 관리 실패도 도마에 올랐다. aT는 지난해 여름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봄배추 9천톤(t)을 비축했지만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물량을 방출해 9월 폭등을 불러왔다. 7월부터 8월 초까지 안정 국면임에도 4천t 넘게 풀었고, 정작 9월 급등기에 대비할 물량은 남지 않았다. 그 결과 9월 중순 배추 가격은 10㎏ 기준 4만1천원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부정확한 가격 전망도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배추 가격을 1만5천원 수준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가격은 2만4천원대로 40% 이상 차이가 났다. 규정상 저장업체 출하 계획까지 조사해야 했지만 이를 생략한 채 전망한 결과였다. 최근 3년간 여름철 전망 오차율은 최대 48%에 달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와 산하기관에 대해 "소비자 체감 효과를 고려한 사업 운영, 수급 상황에 따른 합리적 비축·방출 전략, 정확한 가격 전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