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옥죄기에 건설사들 한숨만 깊어져…"산업안전보건관리비 초과 투자 시 세액 공제해 발주자 인식 바꿔야"
건설업계가 잇따른 규제 강화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조달청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입찰 제재를 강화한 데 이어 금융당국도 대출·보험 조건을 기업의 안전 리스크와 직접 연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전 강화를 명분으로 한 정책이 잇따르면서 현장에서는 '규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조달청은 18일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입찰·낙찰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종합심사제와 사전자격심사(PQ)에서 건설안전 평가 항목을 기존 가점제에서 배점제로 바꾸고, 5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던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 감점을 50억원 미만 공사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중대재해 이력이 있는 업체의 시장 참여를 더욱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도 전날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기업 신용평가 항목에 중대재해 이력을 명시해야 하며, 재해 발생 시 한도성 여신 감액이나 대출 정지까지 가능해진다. 사실상 안전 관리 실패가 금융 거래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제재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역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심사 과정에서 중대재해 이력을 반영해 지원 규모를 제한한다. 중대재해가 반복된 기업은 일명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한도성 대출 이용이 어려워지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업계 입장에서는 금융과 투자 전반에서의 '이중·삼중 규제'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처럼 중대재해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장 반발도 커지고 있다. 규제 일변도가 아닌 자발적 투자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구 한 건설사 관계자는 "ISO 45001 등 안전경영 체계를 갖춘 기업에 금융·보험 우대가 제공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더해 이번 금융 부문 전반에 걸친 조치까지 적용될 경우 건설업에는 과도한 규제로 인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안전은 돈을 쓰는 만큼 나온다는 말이 있다. 발주자가 계상(계산해 장부에 올림)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초과해서 안전보건에 투자했을 경우 이를 세액 공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발주자들이 스스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 필요성도 제기됐다.
송원배 빌사부 대표는 "징벌적 채찍만 휘두를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나 우려 기업에 대한 의무 안전 교육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예방적 차원인 안전관리자를 확대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