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일트로바토레'
'레오노라' 역 소프라노 이명주· 만리코 역 테너 '국윤종' ·
"반전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잘 만든 영화 못지 않은 작품"
오는 9월 26일(금) 개막을 앞둔 2025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베르디의 대표작 '일 트로바토레'로 화려한 서막을 연다.
사랑과 복수, 운명의 비극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집시의 저주 속에 얽힌 형제의 비극적 대립과 레오노라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그려낸다. '불의 합창'과 '미제레레' 등 드라마틱한 합창과 아리아는 관객을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레오노라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명주(이하 '이')와 만리코 역을 맡은 테너 국윤종(이하 '국')을 만나, '일트로바토레'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페라가 낯선 관객에게 '일 트로바토레'를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이: 한 편의 오페라에서 이렇게 많은 명곡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은 드물다. 반전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잘 만든 영화나 소설 못지않은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국: '비극적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갇힌 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한 문장으로 작품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은 '베르디의 미학이 충만한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무대에 서게 된 소감
▶이: 어머니의 고향이자 어린 시절을 보낸 대구에서 '레오노라' 역을 처음 선보이게 돼 무척 뜻깊다. 남편(아드리앙 페뤼숑)이 이번 무대의 지휘를 맡아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첫 오페라라는 점도 특별한다.
▶국: 오페라축제 개막작 무대에 서게 돼 기쁘고 설렌다. 부담도 있지만 든든한 동료들이 함께 있어 행복하다.
-'일 트로바토레'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
▶이: 일상에서 상황에 따라 목소리나 어조가 달라진다. 특히 레오노라처럼 감정의 폭이 큰 인물을 표현하려면 목소리 색을 상황마다 달리해야 한다. 상상한 소리를 찾아내고 발성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국: 이 작품은 벨칸토의 정교한 기교와 감정의 절정을 표현하는 테크닉을 동시에 요구한다. 두 가지를 함께 소화하는 것이 도전이었지만, 지휘자와 연출자의 도움으로 잘 준비했다.
-맡은 배역을 해석할 때 중점을 둔 부분.
▶이: 음악과 연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베르디는 감정 전환을 음악 속에 섬세하게 숨겨두는데, 이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그 신호들을 중심으로 연출가와 협력하며 레오노라의 내면을 표현했다. 이희수 연출가와 상의하며 표현에 집중했다.
▶국: 작품 시작 전 연출자의 의도와 개인적인 해석 사이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뽑아내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선택'이다. 만리코는 아들의 자리, 연인의 자리, 집단의 리더로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선택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그 무게와 책임감을 중심에 두고 배역을 연구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을 꼽는다면?
▶이: 2막 피날레를 꼽고 싶다. 다섯 명의 성악가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베르디의 걸작 앙상블이다. 특히 레오노라가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건가요, 아니면 제가 하늘에 있는 건가요?'라는 대사를 반복하는 순간, 오케스트라가 덧입히는 색채는 그녀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국: 4막 중 레오노라가 자신을 위해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리코가 오해하는 장면이다. 음악과 연기가 절제되지 않으면 감정이 폭발할 위험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장 큰 여운을 남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국경을 넘는 협업이 이어지는 축제다. 해외 예술가들이 이 무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이 축제에 대한 자부심이 커진다.
▶국: 오페라 축제는 '경제적·정신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펄럭이는 마지막 낭만의 깃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부족함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예술의 수준과 위상을 보여주는 축제다. 또 '우리나라가 가장 강한 나라가 아닌 문화 강국이 되길 원한다'라고 한 백범 김구 선생님 말이 생각난다. 대구에 모인 예술가들의 노력이 관객 여러분께 인생의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한 달간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미인'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작품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까지 다양한 무대를 준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