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최종 충원율 자료 보니…필수·공공의료 큰 '구멍'

입력 2025-09-18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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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4개·경북 5개 진료과 지원자 '0명'…필수의료과 대부분 충원율 50% 미만
대구의료원·보훈병원 전공의 지원자 1명 뿐…인력 지킬 수 있는 기반 마련 필요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올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 돌아오기는 했지만 실제 충원율을 확인해 본 결과 필수·공공의료에는 지원자가 없거나 적어 이 분야에 앞으로 '인력 구멍'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시도별·전공과목별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현황 자료에 따르면 레지던트를 모집한 대구 25개 진료과 중 4개 과가, 경북 9개 진료과 중 4개 과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대구의 경우 방사선종양학과,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예방의학과가 그 대상이었고, 경북은 가정의학과, 내과, 예방의학과, 응급의학과가 지원자 '0명'을 기록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정부도 인정하는 '필수의료과'이다 보니 그 심각성이 더 크다는 게 서 의원실의 분석이다.

지원자가 있더라도 충원율이 50%가 되지 않는 진료과도 상당했다. 대구는 핵의학과(8.33%), 가정의학과(11.54%), 병리과(18.18%), 일반외과(21.62%), 산부인과(27.03%), 진단검사의학과(30.00%), 내과(44.09%) 순으로 충원율이 낮았다. 경북은 작업환경의학과가 25%로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대구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전체) 충원율이 51.64%로 겨우 절반만 채운 상황에서도 소위 '인기과'들은 충원율이 100% 안팎을 기록했다.

대구의 경우 영상의학과는 전체 23명 정원에 24명이 들어와 104.35%의 충원율을 보였고, 작업환경의학과도 정원 8명을 모두 채웠다. 대표적 인기과로 꼽히는 정신건강의학과(96.88%), 안과(94.59%), 피부과(94.44%)도 충원율이 100%에 가까웠으며, 성형외과(85.71%)도 매우 높은 충원율을 보였다.

경북도 정신건강의학과는 전공의 정원을 모두 채웠으며, 피부과는 3명 정원에 4명이 채워졌다.

대구경북 전공의 최종 충원율. 서명옥 의원실 자료 재구성.
대구경북 전공의 최종 충원율. 서명옥 의원실 자료 재구성.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충원율이 100%를 넘는 경우는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하면서 각 병원이 전공의 복귀를 위한 사후 정원 확대 신청을 통해 전공의들을 합격시킨 경우로 실제 정원보다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서명옥 의원실 관계자는 "수도권도 필수의료과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비수도권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마음 놓고 수련을 재개해 지역·필수의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수련환경 개선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대병원이 아닌 지역 공공병원은 더 차갑게 전공의 지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의료원과 대구보훈병원의 전공의 지원자는 각각 1명에 불과했고, 2명을 뽑기로 한 김천의료원은 전공의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김윤 의원은 "지방의료원이 수익성이 낮은 진료 제공하면서 발생하는'착한 적자'를 개별 병원의 책임으로 떠넘기다 보니 인건비 지급에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인력 유입은 막히고, 확보된 인력마저 오래 버티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 내 의료기관이 전공의를 공동수련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지역필수의료기금 신설·공공정책수가·성과연동 보전을 통해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보전하는 등 지방의료원이 필수의료 인력을 지켜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