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4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오찬을 하면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전날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러한 내용의 제보를 언급하며 "사실이면 사법부가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反駁)이다.
이는 법원 생리도, 조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모르고 하는, '아니면 말고 식' 선전 선동에 다름 아니다. 대법원이란 조직은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을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진보·중도·보수가 고루 섞여 있는 대법관들을 상대로 정치적으로 편향(偏向)된 의도를 갖고 특정 방향으로 사건 처리를 몰고 갈 수도 없다. 더군다나 대법원장이 조희대라면 더욱 그렇다. 그는 사실관계와 원칙에 위배되면 단박에 끊을지언정 그런 '정치력'을 펼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소신과 원칙을 목숨처럼 여기는, 법조계에서도 '대쪽 선비'로 정평이 난 법관이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이런 공작(工作)에 가담·동조할 위인이 못 된다.
민주당은 이러한 재판 개입 의혹을 고리로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거센 압박과 공세(攻勢)를 펴고 있다. 최근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한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도 연일 사퇴 요구 등 맹공격 중이다. 전날 이 대통령의 '권력 서열' 발언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사법부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훼손하려는 이들을 향한 이러한 지탄도 나오고 있다. "5년 임기 선출직 주제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려 하다니." 권력 서열,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직접 선출 권력들은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