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에 담아 낸 '퇴계'(退溪) 정신

입력 2025-09-17 14: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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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창건 450주년 기념 서예전 '퇴계' 개최돼
27일까지 경북도청 동락관 제1·2 전시실서 선보여
퇴계 친필 작품 20여점, 제자·후학 시 100여편 전시

선조유묵사물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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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창건 4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서예전 '퇴계'(退溪)가 18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동락관 제1·2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 8월 대구에서 성황리에 열린 전시의 뒤를 이어, 퇴계의 본향 안동에서 열리는 만큼 더욱 깊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는다.

단순히 전시의 연속선상에 있는 행사가 아니라, 퇴계가 몸소 숨 쉬었던 공간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찾는 순간, 퇴계의 삶과 도산서원의 풍광이 함께 살아나는 듯한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서예전은 퇴계 이황(1501~1570)의 도학정신과 시심(詩心)을 서예라는 예술 형식으로 되살려내는 자리이다.

퇴계가 직접 남긴 친필 작품 20여 점을 비롯해, 퇴계의 자작시와 도산을 노래한 제자·후학, 조선의 명사들이 남긴 시 100여 편을 한국서예협회 소속 작가 51명이 현대 서예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단순히 과거의 글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각 작가들이 퇴계의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고 묵향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작품들은 특별한 울림을 준다.

120여 점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작은 역사적 기록이자 동시에 예술적 창조물로, 관람객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계의 학문과 문학, 그리고 그를 추모했던 인물들의 마음이 서예라는 예술 언어로 재구성되면서, 전시장은 곧 퇴계 정신을 만나는 산 교육장이 된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도산서원의 건물이나 제도의 역사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사상과 정신을 다시금 불러내는 행사라 할 수 있다.

대구 전시가 퇴계학의 확산과 지역적 유산의 맥을 강조하는 자리였다면, 안동 전시는 도산서원이 실제로 자리한 고향에서 열려 그 의미가 한층 깊다.

안동은 퇴계가 학문을 닦고 제자를 길러낸 도산서당이 있던 곳이자, 퇴계의 정신을 계승한 도산서원의 본거지이다.

따라서 안동에서의 전시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곧 퇴계의 학문이 싹트고, 제자들이 이를 이어받았으며, 이후 한국 성리학이 꽃 피었던 본향에서 퇴계 정신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1575년 도산서원이 완공됐을 때, 선조는 조선 최고의 서예가 한석봉에게 '도산서원'이라는 편액을 쓰게 했다. 이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퇴계의 도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상징이었다.

한석봉의 글씨는 곧 도산서원의 정신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기념비적 유산이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전통을 이어, 현대의 대표 서예가들이 한석봉의 정신적 후예로서 퇴계의 학문과 문학을 다시 써 내려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단순한 서체 재현을 넘어, 퇴계가 추구했던 도덕적 이상과 삶의 궤적을 서예의 선과 먹빛 속에 압축해 담아내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는 퇴계의 사상과 삶을 담은 또 다른 해석의 장으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퇴계 사후 도산서원을 찾은 수많은 명사들이 남긴 추모와 흠모의 시가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적으로 부활하면서, 450년의 시간과 공간이 오늘날의 관람객과 맞닿는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거닐며 단순히 글씨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글씨 속에 스며든 사상과 정신, 그리고 그것을 계승한 현대 서예가들의 열정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도산서원은 유교의 핵심 가치를 서원운동을 통해 실현하려 했던 퇴계 선생의 도학적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대구 전시가 퇴계학의 확산과 교류를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안동 전시는 퇴계의 고향에서 열려 퇴계 정신의 뿌리와 본질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양동 작가가 쓴
김양동 작가가 쓴 '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