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에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를 적용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미 관세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연방 관보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현행 27.5%에서 15%로 낮아진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25% 관세가 계속 적용돼 일본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부담하게 됐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 매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2024년 기준)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관세 폭탄의 영향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작년 8월보다 15.2% 감소한 20억9천700만달러로 나타났다. 대(對)미 자동차 수출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영향 등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영국이 관세 협상 후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는 데 각각 56일·53일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이달 중 한미 세부협상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연내 자동차 관세 인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관세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시한에 쫓겨 손해보는 합의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세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차부품 업계의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산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