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여파, 미국 고용 둔화 본격화

입력 2025-09-15 17: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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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강력한 수입관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최근 제조업과 도소매업,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관세 인상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고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고용 확대가 사실상 멈췄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본사를 둔 기타 페달 제조업체 '어스퀘이커 디바이시즈'의 줄리 로빈스 CEO는 "관세는 우리 같은 미국 제조업체에 이익이 없다"며 "갑작스럽게 부과된 세금이 고용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로빈스는 직원 35명 규모의 회사에 추가 인력을 충원해야 할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채용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안정성과 비용 예측 가능성이 없는 한 고용도 성장도 불가능하다"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생존만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 8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는 2만2천개에 그쳤다. 특히 '트럼프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 부문에서만 1만2천개의 일자리가 줄었으며, 올해 누적 감소 규모는 7만8천개에 달했다. 석유·가스 등 광업 분야도 1~8월 동안 3만2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형 제조업체들의 피해도 가시화됐다.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는 올해 들어 관세로 3억달러(약 4천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히며, 연말까지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회사는 이미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238명을 정리해고했고, 회계연도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석유업계 역시 타격이 컸다. 원유 가격 하락과 관세 정책이 겹치면서 매출이 줄고 철강·기기 가격이 올랐다. 올해 들어 업계를 떠난 인원은 최소 4천명으로, 이는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여기에 쉐브론이 8천명, 코노코필립스가 3천25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추가 감원 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다. 금속가공업체 와이오밍 머신의 트레이시 타파니 CEO는 "관세가 급변하고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퇴사자가 생겨도 충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관세 정책이 국내 제조업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패션 위탁 제조업체 뉴욕 임브로이더리 스튜디오의 미셸 페인버그 창업자는 "생산 과정 자동화와 300명 감원 계획이 있다"면서도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고용 둔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FT는 경제학자들의 다수 의견을 인용해 "연준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일자리 둔화가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