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 인하 지연 속 현대차·기아 실적 직격탄 우려
무제한 통화스와프 카드 꺼낸 정부, 협상 돌파구 모색
트럼프 "투자 꺾지 않겠다" 발언에도 협상 난항 계속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후속 협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 협상을 먼저 마무리 지으면서 한국 기업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카드를 꺼냈다.
15일 통상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것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 이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16일부터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가 15%로 낮아져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산에 비해 비싸지는 가격 역전 상황이 벌어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일본 업계와 경쟁하는 현대차그룹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이미 올해 2분기 미국 관세 여파로 합산 1조6천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달러화가 빠져나갈 경우 외화보유고가 줄어들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율 변동 리스크 등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스와프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한미 양측이 서로 조건을 변경해가며 협상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양측 입장이 어떤지 뚜렷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한미 간 협의 중인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인 구금 사태와 협상 교착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익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손수석 경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미 투자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사용 가능한 카드가 제한적이고 당장 우리 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우리 뜻을 관철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보하고 원만하게 협상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통화스와프=자국의 화폐를 상대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의 통화를 빌려오는 조치로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으로 통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