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무역 회담 첫날 약 6시간 동안 논의를 이어갔다고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도입 이후 네 번째 고위급 협상으로, 관세 문제와 함께 안보·투자 현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으며, 중국 측은 허리펑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양측은 이날 오후 스페인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을 가졌고, 회담을 마친 베선트 장관은 취재진에게 "내일 아침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며 차량에 올랐다.
첫날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역 현안 외에도 국가안보 문제와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 관련 문제가 다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틱톡 강제 매각법'을 제정해 사업권 매각을 추진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각 시한을 세 차례 연장해왔다. 마지막 연장 기한은 오는 17일 종료된다. 로이터는 틱톡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한 정상회담 추진 여부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달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직접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APEC 회의 전 베이징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관세 현안도 주요 의제다. 양국은 지난 4월 서로 관세율을 대폭 올렸으나,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회담을 계기로 각각 115%포인트(p) 중 91%p는 철회하고 24%p는 90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6월 영국 런던 2차 회담과 7월 스웨덴 스톡홀름 3차 회담에서 유예를 90일 추가 연장했고, 현재 유예 시한은 11월 10일까지다. 이번 마드리드 회담은 '휴전' 상태의 관세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중국 대표단은 허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이 14∼17일 일정으로 스페인을 방문했으며, 미국 대표단도 12일부터 18일까지 스페인과 영국을 순방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7∼19일 영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양국 대표단은 15일 오전 8∼10시(현지시간) 2일차 회담을 이어갈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고위급 회담이 종료된 뒤에도 실무 인력이 밤까지 협의를 이어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