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신뢰 하락 좌초, 더 늦기 전에 손대야"
2022년 공공기관 통폐합 18개→11개 대대적 구조혁신
정치권 "인력, 인건비 오히려 급증…졸속 통폐합 참담한 결과"
전문가들 "전문성 부족 기관장, 방만 경영의 뿌리"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비효율성 심화…정부 차원 통제 필요성도"
방만 경영과 예산 편법 집행, 기강 해이 등 대구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운영 실태에 대해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한 해에만 4천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가고 있음에도, 안일한 인식과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겹치면서 구조적 난맥상이 고착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제도적 통제 강화와 근본적인 관리·감독 체계 전면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속 통폐합 민낯, 조직만 비대화"
김대현 대구시의원(서구1)은 지난 12일 제31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전임 시장 시절 무리하게 추진된 산하기관의 대규모 통폐합 이후 목표로 내세웠던 행정 효율성 제고도, 재정 건전화도 달성하지 못했다"며 "남은 것은 방만한 조직 운영과 시민 피해라는 심각한 부작용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대구시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산하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고자 대대적 구조혁신에 착수, 18개 기관을 11개로 통·폐합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대구시설관리공단과 대구환경공단 통합으로 정원이 2022년 1천433명에서 지난해 1천590명으로 늘었고, 인건비도 같은 기간 683억원에서 815억원으로 급증했다. 효율성과 재정 절감을 내세웠지만 임금 격차 조정 과정에서 오히려 인력과 비용이 불어난 것이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문화예술진흥원도 공연, 미술, 관광 등 전혀 다른 영역을 충분한 검토 없이 통합해 내부 갈등과 고발 진정으로 인해 경찰 수사와 특별 감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기강이 무너지고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졸속 통폐합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전문성 부족 기관장, 방만 경영 뿌리
전문가들은 통폐합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탓에 방만 운영과 편법, 기강 해이가 더욱 심화됐다고 진단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연 무엇을 위한 통폐합이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통폐합이 되면 업무의 이질성, 조직 갈등 등으로 내부는 동요하고 갈팡질팡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기관별 특성에 따라 고유 업무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다면 통폐합 이전으로 돌아가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장은 구조적 부실을 고착화하는 핵심 원인으로 꼽혔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는 "전문성 없고 이력과 운영 경험이 부족한 인사가 기관장을 맡으면 시민 서비스 향상보다 자신의 임기와 처우에만 관심을 두게 된다"며 "기관장 처우를 강화해서라도 전문성 있고 기관에 적합한 인사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도 "결국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며 "일부 기관장들 이력을 보면 사회적 통찰력이나 지혜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정치적 보은 인사로 임명된 기관장은 방만 경영의 뿌리"라고 일갈했다.
◆정부 차원 통제 필요성도
막대한 시비 투입에도 성과 없이 예산만 투입되는 구조가 지속되면 비효율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경영 성과와 기관장 평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 교수는 "대구시 자체 평가나 민간 업체에 맡겨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회 추천 등을 통해 독립된 외부 전문 평가단을 구성해 철저하게 경영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기관장 해임, 임금 삭감 등과 연계해야 기관들이 긴장을 하고 경영 성과에 사활을 걸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지방출자·출연법 개정을 통해 외부 통제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지난해 발표한 지방출자·출연기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에 부실 출자·출연기관의 해산 요구권, 감사권한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허 교수는 "출자·출연기관은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조직"이라며 "공무원에 준한 복무규정을 지켜야 하고, 그럼에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지자체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