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상장 주식 10개 중 1개는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며 증시 전반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245개 종목이 장중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가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수는 총 245개에 달했다. 이는 전체 상장 종목 수(2천660개)의 9.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52주 신고가 행진에는 반도체·금융·식품·조선 등 주요 업종 대표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대형 반도체주들이 AI(인공지능) 기반 수요 확대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긍정적 실적 발표 등 복합 요인으로 상승세를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12일 장중 32만9천500원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이자 역대 최고가를 동시에 경신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도 각각 장중 7만5천600원, 6만900원을 기록하며 1년 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금융주들도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기대감에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0일, 대통령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부국증권이 장중 8만4천6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11일에는 일시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으나, 다음 날인 12일 키움증권(25만9천원), 미래에셋생명(8천50원), 삼성생명(16만7천900원) 등 주요 금융주들이 장중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반등세를 보였다.
식품주 역시 상승세에 가세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해외에서 흥행하면서 한국 라면에 대한 외국인 수요 기대감이 실적 개선 전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11일 장중 166만5천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이자 역대 최고가를 동시에 경신했고, 농심도 12일 장중 57만9천원까지 올라 1년 내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조선주도 52주 신고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 간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주목받는 가운데, 관련 종목인 한화오션(3일·12만3천800원), HD한국조선해양(5일·43만8천원), HD현대마린솔루션(12일·22만7천500원) 등이 잇따라 1년 새 최고 주가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세는 코스피 지수 흐름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9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며 12일 장중 처음으로 3,390선을 돌파했다. 지난 10일에는 4년 2개월 만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6.3% 상승하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12일 기준으로 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 종목 중 지난달 말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은 총 1천819개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하락 종목은 820개였으며, 21개 종목은 가격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의 증시 흐름에 대해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중심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는 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악화하는 고용지표에서도 확인되듯이 그 외 부문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미국 경기 하강과 반도체 외 실적 악화를 주의해야 한다. 강세장의 끝자락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전력기계 등 AI 관련 수혜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