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해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멕시코 경제부가 공개한 장관 연설문 속기록과 정책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경제 발전을 견인할 17개 전략 분야에서 1천463개 품목을 선정해 관세를 상향 조정한다. 대상 분야는 자동차·자동차 부품, 철강·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가구 등이다. 기존 0~35% 수준의 관세율은 최대 50%까지 올라가며, 전체 수입품의 8.6%에 해당하는 약 520억달러 규모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멕시코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차 수입품에 대해 50%의 최고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2026년도 예산안과 함께 의회에 제출됐으며, 멕시코 정부는 이를 통해 약 700억페소(5조원) 세수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여당이 의석을 다수 차지한 상황에서 원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부과 대상국은 멕시코와 FTA를 맺지 않은 국가다. 현재 멕시코와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칠레, 파나마, 우루과이 등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를 중남미 최대 교역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도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은 2000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지만 관세 방어 논리를 담은 FTA는 없는 상태다.
양국은 지난 2006년부터 FTA 논의를 시작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가전·섬유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멕시코 시장에서 직접적인 관세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지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중국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고 해석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흔들며 멕시코에 대중 교역 억제를 요구하는 가운데, 중국산 제품이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로 미국 관세를 피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몬테레이 중소기업 박람회 연설에서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대체 수입품이 없는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의미가 없으므로 집중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