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억제하는 '허들' 존재" 최태원 회장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기업 성장 막는 규제]

입력 2025-09-09 16: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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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 공동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
상법·공정거래법 리스크 피하려 스케일업 회피하는 기업 많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기업 규제 개선을 위한 포럼을 발족하면서 343개의 '계단식 규제'를 지목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9일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고,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6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회장과 연구팀은 명확한 근거 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법상 자산 2조원 대기업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관으로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최 회장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계속 중소기업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업을 쪼개는 등으로 사이즈를 일부러 늘리지 않기도 한다"고 짚었다.

연구팀의 '기업 성장단계별 규제현황 및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현행 상법은 자산총액 및 자본금을 기준으로 삼고 규제에 차등을 두고 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자산총액 기준 5천억원 이상∼2조원 미만일 경우 상법상 규제가 8개였지만, 2조원 이상이면 최대주주 합산 3% 룰 적용, 감사위원 분리선출(2명 이상) 등을 포함한 규제가 20개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최 회장이 '2조원 허들'을 언급한 것도 경영계에서 가장 부담스럽다고 지목하는 규제(3% 룰, 감사위원 분리선출)가 2조원 기준에 걸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자산 1조∼2조원 규모 상장사는 137개인데, 이들 기업이 상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공정거래법은 상법처럼 포괄적으로 자산총액 구간을 구분해 모든 제도를 일률 차등하기보다 지주회사의 규제와 대규모기업집단 규제(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로 이원화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

이 가운데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기업집단(국내 소속 회사 합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국내총생산(GDP) 0.5% 이상 기업이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는 크게 출자규제(상호출자·순환출자 금지), 행위규제(사전적 채무보증 금지, 대규모 내부거래 등)로 나뉜다. 특히 5조원 미만 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5조원 이상이면 6개의 규제가 생기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에는 13개로 대폭 확대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전략적 투자가 쉽지 않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일본 소프트뱅크는 90조원 이상의 외부자금을 모아 전략적으로 투자하는데, 우리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외부자금을 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