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31조6천억원 차입…8월 기준 역대 최대 마통 의존
내년 의무지출 확대·생활지원 예산 급증…지속 가능성 우려 커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확장 재정을 기조로 한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수 기반 확충 방안 없이 선심성 사업과 현금성 지원이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석 달 만에 75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한국은행에서 빌려 썼다. 올해 1∼8월 누적 대출액은 150조원에 달하며, 특히 8월 한 달 동안 31조6천억원을 일시 차입해 역대 최대 규모의 '한은 마이너스 통장' 의존이 반복됐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을 메우고자 한은 자금을 차입하는 제도가 있지만 차입액 급증은 세입보다 세출이 과도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역대 최대의 일시 차입을 반복하고 있다"며 "확장 재정을 외치기 전에 세입 기반 강화와 지출 구조조정 같은 근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 증가 상당 부분이 구조적 지출 확대에 쓰일 예정이며, 급속한 고령화로 기초연금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은 8세로 확대됐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까지 실업급여 지급 대상에 포함되면서 의무지출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 감소 지역 중소기업 근로자 5만4천명에게 월 4만원의 점심값을 보조하는 '직장인 든든한 한끼' 등 선심성 지원 정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지만, 국민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점심값 지원 정책에 대해 "세금으로 밥값까지 챙겨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가채무가 이미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정부가 확장 재정을 밀어붙이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성청송영덕울진)은 "109조9천억원의 적자 국채를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사상 유례없는 빚잔치 예산안이자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며 "국민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해 증세라는 세금폭탄도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정 전문가들도 지금과 같은 속도의 지출 확대가 지속할 경우 구조적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한은 자금 차입이 상시화되면 국가 신인도 하락, 금리 상승, 민간 자금 경색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박승준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확장 재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 지속 가능한 재정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도 정부가 담론화하고 공감대를 얻을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성 역시 재정 운용에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