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율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은 70~80%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리 의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 이유는 의사 부족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전공의 복귀율은 여전히 낮다. 일부 병원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정원 확대가 곧 필수과 기피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는 기피가 가장 심각하다. 분만과 수술이 많아 근무 강도가 높고, 당직이 잦으며, 의료 소송 위험까지 커 젊은 의사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출산율 저하로 분만 건수는 줄었지만, 분만 병원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남은 의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악순환은 계속된다. 근무 환경 개선, 소송 부담 완화, 수가 개편 등 실질적 대책 없이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인기과 쏠림과 수도권 집중이다.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복귀율이 높은 반면 필수과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 서울 빅5는 복귀율이 70~80%지만, 지역 거점병원은 50% 전후에 머물고 있다. 대구의 주요 대학병원들도 산부인과와 외과 전공의 공백이 뚜렷하다. 결국 의료 인력이 수도권과 인기과에만 몰리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방의 필수 진료 체계는 머지않아 근본적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명을 더 배출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과목에서,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한가"가 핵심이다. 필수과 전공의가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현실, 지역 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은 숫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국민의 기본적 건강을 지탱하는 분야다. 이마저 무너진다면 저출산, 지역 소멸 같은 사회적 위기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원 확대라는 해법을 내놓았지만, 현장은 다르게 말한다. 의사 한 명이 독립적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선택한 전공에서 오래 버티도록 어떻게 지원할지가 더 중요하다. 필수과에 대한 유인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근무 환경과 당직 부담을 줄이고, 의료사고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수가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필수과 기피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필수과 기피, 인기과 쏠림, 수도권 집중, 지역 의료 격차라는 뿌리 깊은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전공의 복귀율이라는 숫자에만 안도할 것이 아니라 왜 필수과가 비어 있는지, 왜 산부인과가 기피되는지, 왜 지역 의료가 무너지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정책적 해법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를 길러내더라도 우리 아이가 진료받을 소아청소년과 의사, 산모가 안심하고 찾을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거대한 경고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