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근무 하려면 전문직 비자 필요…한국 현장 급습
수개월 걸리는 미국 취업비자 쿼터제 한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지아주 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을 급습한 후 300여 명을 구금한 가운데 비자 문제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그룹 합작 배터리공장 HL-GA에서 불법체류·근무 혐의로 475명의 직원(한국인 300여명 포함)이 체포되면서 현대차는 미국 출장을 보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대부분 전자여행 허가인 ESTA 비자나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를 받아야 하는데, 비자 발급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관행적'으로 ESTA나 B1 비자를 받고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다.
미국은 '영구 이주 목적의 비자'와 관광, 사업 유학 등에 필요한 '비이민 비자'를 구분해 발급하고 있다. 한국 등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된 40개국에 대해선 최대 90일간 단기 관광 및 출장 시 비자 신청을 면제해 주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하고 있으나 이는 공식적인 경로는 아니다.
B-1 비자를 받으면 최대 6개월간 비즈니스 회의나 계약, 시장 조사 등의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급여를 받는 현장에서의 직접 노동·설치·시공 등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을 하려면 비이민 비자 중 하나인 전문직 취업 'H-1B' 비자나 주재원 비자인 'L-1' 비자 등을 취득해야 하는데 발급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선 유동적인 공사 계획에 맞춰 수시로 인력 파견을 해야 하는데 비자 발급에 수개월이 걸려 적절한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H-1B' 비자는 '쿼터제'에 맞춰 연간 8만 5천여 명으로 발급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또 비농업 단기 근로자 비자인 'H-2B' 역시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매년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태로 미국에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대다수 기업의 현지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일정에 맞춰 합법적인 출장에 필요한 비자를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현지 파견 인원만으로 계획한 사업 진행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 공장을 가동하는데 숙련 인력이 더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비자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불법 이민자라는 프레임을 한국 기업에 씌우게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암묵적으로 허용하던 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해왔던 한국 기업들이 곤경에 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