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시대 종언…능동방호체계가 전차 생존 좌우
AESA 레이더·AI·DIRCM, 세계 최초 융합 기술 공개
한화시스템, 폴란드 MSPO 2025에서 최초로 공개
바야흐로 '창'이 '방패'를 압도하는 시대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값싼 드론이나 휴대용 미사일 한 발에 수십억 원짜리 최신예 전차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더 이상 두꺼운 장갑은 방패가 아니다. 전차의 운명은 맞고 버티는 '피탄 후 생존'이 아니라, 애초에 맞지 않는 '피탄 거부'에 달렸다.
이 거대한 전장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한화시스템이 새로운 해법을 내놨다. 이름하여 한국형 능동방호체계(APS). 단순한 신무기 공개를 넘어 한국 방산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나아가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APS의 핵심은 찰나의 순간에 진행되는 '킬 체인'이다. 차량에 장착된 레이더와 센서가 날아오는 위협을 탐지하면, 인공지능이 순간적으로 위협의 궤적과 크기를 파악한다. 그다음 대응탄이나 전자 교란 장비가 즉각 작동해 전차에 닿기도 전에 위협체를 공중에서 제거한다. 단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것이 장갑을 아무리 두껍게 덧대도 막기 어려운 시대에 전차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화시스템이 내놓은 APS는 기존 이스라엘 제품들과도 뚜렷한 차별점을 가진다. 이스라엘의 '트로피'가 실전 경험으로 신뢰를 확보했다면, 한화는 기술력으로 다가간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눈을 만든 AESA 레이더가 전차 위협 탐지에 적용됐고, 인공지능은 동시다발 미사일 공격 상황에서도 최적의 요격 방식을 스스로 판단한다.

여기에 과거 전투기에만 적용되던 최첨단 DIRCM(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까지 지상 장비에 적용하며 세계 최초 기록을 만들었다. 고출력 레이저로 미사일의 눈을 멀게 해 물리적 요격에 앞서 전장을 유연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이는 미래 전장을 내다본 설계 철학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은 과거 K2 전차용 KAPS가 비용 문제로 채택되지 못했던 시행착오를 토대로 교훈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한화는 '실행 가능한 방어체계'라는 현실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결국 더 가볍고, 더 똑똑하며, 더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APS가 탄생했다.
지금 세계는 전차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차 무용론'까지 제기됐지만, 능동방호체계의 등장은 이 오래된 무기 플랫폼에 새로운 생존 논리를 불어넣고 있다. 전차뿐 아니라 지상 전력 전체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방산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의 도전은 한국 방산이 값싼 무기 생산국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기술을 이끄는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의 강자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 K-무기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