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계획에 지방 해법은 빠져
미분양 적체 심화에도 '서울 집중'…지역 소멸 가속 우려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첫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중심 대책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 폭증과 장기 침체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해법은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7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확정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총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이 여전한 만큼 공공의 역할을 확대해 공급 속도와 물량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는 지방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52쪽에 달하는 안건 자료에서 지방 관련 내용은 "지방은 장기간 집값 하락, 미분양 심화 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회복 등을 통한 미분양 해소에 집중 필요"라는 한 줄 언급에 그쳤다. 미분양 적체가 장기화하며 지방 주택시장이 붕괴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정부의 관심은 서울과 경기, 인천에만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오히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해 수도권에 6만가구를 공급하고,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으로 2만3천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등 수도권 집중 정책을 확대했다. 여기에 도심 노후 임대단지 재건축, 공공청사 복합개발, 학교용지 활용까지 더해 대규모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사업자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분양가의 85∼89% 수준에서 매입해주는 확약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공공이 세금을 들여 수도권 주택공급의 걸림돌을 제거해주겠다는 것으로, 지방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란 지적이다.
경북의 한 건설업체 임원은 "미분양이 쌓여가는 지방 건설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데 정부는 수도권에만 각종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며 "균형발전이라는 국정철학이 완전히 실종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수요관리 차원에서 규제지역 LTV를 40%로 강화하고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함께 발표했지만, 이 역시 수도권 집값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지역 부동산 업계는 이번 대책이 사실상 "서울로 모여라"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대구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분양가를 낮춰도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인데 정부가 서울 재건축과 수도권 공공택지에 집중한다면 지역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에 대한 최소한의 수요 회복 대책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중심 정책이 국가 균형 발전에 역행한다고 우려한다. 조두석 애드메이저 대표는 "서울 강남과 일부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을 잡겠다고 공급을 수도권에만 집중하면 지방 소멸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구조적 해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서울 집값 안정'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