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보니 행복이다] 김정훈·김혜진 부부 "이렇게 축구에 진심인 가족 보셨나요"

입력 2025-10-09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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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지만 육아는 부부 손으로
예의와 경험 위주 현장교육 중시

지난해 막내 로하 돌 기념으로 찍은 가족사진. 김정훈 씨 제공
지난해 막내 로하 돌 기념으로 찍은 가족사진. 김정훈 씨 제공

대구 두류수영장 파트장인 김정훈(49) 씨와 대구서부지방법원 보안관리대에서 일하는 김혜진(37) 씨는 용띠 띠동갑 부부다. 자녀는 딸 하나(첫째 나겸), 아들 둘(둘째 지후, 셋째 로하) 총 셋이다. 위로 둘은 각각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생이고 막내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부부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라 자녀들도 자연스레 스포츠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축구에 진심인 다섯 가족

김정훈·김혜진 부부는 평소 스포츠를 즐겨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축구라면 광적으로 좋아한다. 손흥민 선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이 밤잠을 설쳐가며 텔레비전 앞에서 응원을 하고, 대구FC 경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직관(직접 관람)이 원칙이다.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월성동축구클럽에서 직접 축구를 한다. 이 클럽에서 김정훈 씨는 매주 월요일, 김혜진 씨와 첫째 나겸은 매주 화요일, 둘째 지후는 매일 선수반에서 제2의 손흥민을 꿈꾸며 훈련하고 있다. 지후는 축구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실력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축구를 진심으로 즐긴다는 점에선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부부는 24개월인 셋째 로하도 때가 되면 축구를 시킬 계획이다.

축구에 진심인 이 가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올해 기억에 남을 특별한 사건도 있었다. 둘째 지후가 대구FC에 대한 팬심을 사연으로 적어 구단에 보냈더니 지난 7월 대구FC의 '함께하늘 축구 멘토링'에 당첨돼 선수들에게 직접 코칭을 받게 된 일이다. 8월에는 '에스코트 키즈'에도 선발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둘째 지후(오른쪽 맨앞)가 지난 8월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대구FC 홈경기에서 한 축구선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김정훈 씨 제공
둘째 지후(오른쪽 맨앞)가 지난 8월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대구FC 홈경기에서 한 축구선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김정훈 씨 제공
지후가 월성동축구클럽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정훈 씨 제공
지후가 월성동축구클럽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정훈 씨 제공

◆주말엔 캠핑 GOGO

이들 가족은 평일에는 각자 직장과 학교(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고, 주말엔 다함께 캠핑을 간다. 부부는 연애시절부터 텐트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카라반을 차에 달고 아이들과 전국 곳곳을 누빈다. 주로 캠핑을 가는 곳은 동해 바다 부근이다. 깨끗한 바닷물과 크게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이다. 아빠 김정훈 씨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물과 관련한 자격증(수상인명구조자격,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 등)은 웬만한 것은 다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바다로 캠핑을 가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바다생물들을 실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경험을 시켜준다.

그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면 먼 거리도 마다 않는다. 한 번은 첫째 나겸이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대해 궁금해 하길래 누리호가 발사되는 전남 고흥까지 캠핑을 떠났다. 나로우주센터를 둘러보고 긍금증이 많이 풀렸다는 아이의 얘기를 들으니 4시간 가까이 운전하느라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자녀들이 신기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게 부모 마음이다. 다음 캠핑 목표는 카라반을 배에 싣고 제주도로 캠핑을 가는 것이다.

◆예의 중시하는 가정 교육

아이들 교육에 있어 김정훈·김혜진 부부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공부가 아니라 '예의'다. 엄마아빠에게는 항상 존댓말로 말하도록 하고, 동생들은 누나한테 함부로 덤비지 않도록 가르친다. 맏이에게는 동생들한테 양보하면서 지내야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기 아이가 학교 선생님에게 혼나기라도 하면 잘잘못은 따지지도 않고 항의하는 경우와도 거리가 멀다.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선생님한테 연락이 올 때면 가족회의를 열어 본인의 잘못을 확인하게 하고 다수결로 어떤 벌칙을 줄 지 정한다. 벌칙은 일주일간 휴대폰이나 태블릿 영상 시청 금지 등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 대부분이다.

다섯 가족은 막바지 여름을 즐기기 위해 지난 9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김정훈 씨 제공
다섯 가족은 막바지 여름을 즐기기 위해 지난 9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김정훈 씨 제공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세 아이를 모두 계획해서 낳은 건 아니었다. 첫째 딸을 낳고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 셋째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둘째와 터울이 있어 상상도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부부는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키우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양가 어른들에게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세 아이 모두 부부가 번갈아가며 연차 등을 사용해 키우고 있다. 육아 분담도 분명하다. 첫째와 둘째의 등하교는 엄마, 셋째의 어린이집 등하원은 아빠 담당이다. 일과가 끝나고 온가족이 귀가하면 엄마는 저녁식사와 아이들의 공부를 맡고, 아빠는 집안 청소 및 빨래를 전담한다.

아이들도 부모가 가사 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곧잘 자기들끼리 일을 나눠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돌봄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과제를 주며 지내게 했더니 첫째는 식사를 준비하고 둘째는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부부는 부모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주일 중 하루는 서로 교대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가 운동 가는 날이면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고, 아빠 차례에는 엄마가 그러는 식이다.

첫째 나겸(앞줄 오른쪽)은 그림에 소질이 있어 지난해
첫째 나겸(앞줄 오른쪽)은 그림에 소질이 있어 지난해 '36회 전국학생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정훈 씨 제공

◆아이 셋 다 AB형..혈액형 에피소드

아빠 김정훈 씨는 혈액형이 A형이고 엄마 김혜진 씨는 B형이다. 요즘은 혈액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지 않지만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첫째 생기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AB형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AB형이 나오니 "(AB형이) 여자는 괜찮은데 남자는 별로다"고 했다. 그런데 둘째도 AB형이라 하자 "AB형들이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한다"고 말을 바꿨다. 하이라이트는 셋째. 막내마저 AB형으로 나오니 "요즘 혈액형 가지고 사람 성격 말하는 시대는 아니다"고 해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아빠 김정훈 씨도 AB형은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고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워보니 그건 오산이었다. 첫째 나겸은 상상력이 풍부해 그림을 그리면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작품을 그려낸다. 지난해에는 전국학생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둘째 지후도 호기심과 창의력이 풍부해 레고를 사다 주면 조립 수준이 기존 어른들의 사고 틀을 뛰어넘는다.

◆다자녀가정 대출 조건 현실에 안 맞아

김정훈 씨는 자녀가 많아 행복도 크지만 경제적 부담은 필연적인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세 아이 다 성격, 음식, 취미, 방식 등이 다르다 보니 반찬도 따로 해야 하고, 옷과 신발 등은 되물려 입힌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어 똑같이 새 것으로 사줘야 할 때가 많다. 학원비도 무시 못하는 부분인데 첫째, 둘째가 초등학생이다 보니 또래친구들 보내는 학원도 보내야 한다.

여기에 가족 전체가 어떠한 시설을 이용하려고 하면 다자녀 할인 혜택을 받긴 해도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저축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부부는 "아이들이 커 갈수록 경제적 고민도 더 커져 가는 것 같다"며 "이런 점이 요즘 젊은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나"고 했다.

다자녀가정 혜택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 게 꽤 많아 실제 가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다자녀가정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이 그렇다.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이들이 커가면 각자의 방을 필요로 하기에 아파트 면적이 132제곱미터(㎡), 평수로 40평대(방 4개 이상)는 돼야 한다.

하지만 다자녀가정 대출 지침에는 해당사항이 85㎡ 이하여서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제발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아이 낳으라는 말만 하지 말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