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김태일] 대구 취수원, 권영진·임미애·김장호가 손잡으라

입력 2025-09-09 14:26:35 수정 2025-09-09 17: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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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1991년 낙동강 페놀, 1994년 벤젠과 톨루엔, 2006년 퍼클로레이트, 2009년 다이옥산. 언제 뭐가 섞여 들어올지 알 수 없는 물을 꾸역꾸역 마시며 살았다. 우리가 무디거나 무던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 하자고 앙앙불락하였으나 속절 없이 30여 년 세월이 지나간 것이다. 페놀 유출 사고로 우리나라에 '환경운동'이란 게 떴다고 할 정도로 이 문제가 준 충격은 컸는데, 정작 우리 지역의 먹는 물 문제는 그대로다.

잠깐 희망의 실마리가 보일 때도 있었다. 2022년 4월 대구시, 구미시, 환경부, 국무조정실 등이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방안'에 합의한 것이었다. 협약의 요지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추가 취수한 물을 대구 경북 지역에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협약은 실행되지 못했다.

곧 이어진 지방선거로 바뀐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이 2022년 협약을 두고 티격태격 다투다가 2024년에 들어와 대구시가 안동댐 물을 끌어오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으로 느닷없이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웠다. 막대한 예산 문제는 물론 바닥에 나쁜 퇴적물이 있다는 문제 때문에 안동댐은 식수원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대구시 취수원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이라는 2022년 협약의 유효성과 현실성 그리고 정치적 안정성을 주목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협약까지 했던 일이기도 하니 이 원안으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구미시가 최근 다른 대안으로 내어놓은 '구미보 인근 취수'안이 공론의 장에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수량과 안전성 측면에서 적합한 것은 물론 감천 산업단지 오염 우려도 제거할 수 있고, 대구와 구미뿐만 아니라 의성과 상주 등에도 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대구 경북 신공항 건설 등 미래 수요를 고려한 초광역 쓸모도 있다는 주장이다.

타당성 검토는 해봐야겠지만 주요 당사자인 구미시가 최근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협상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주체를 중심으로 보면, 해평취수장 원안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중앙정부, 구미보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구미시, 그리고 조속하고 예측 가능한 합의가 중요하다는 대구시로 입장이 갈린다. 대안을 중심으로 보면 해평취수장이냐 구미보냐의 문제이지만 여기에 내재하는 쟁점은 다층적이다. 실현 가능성, 환경 안전성, 지역 간 상생, 정치적 책임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 판단기준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래서 해법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2022년처럼 다시 지역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아야 한다. 윤 어게인이든 내란 소탕이든 그건 그것대로 치고받으며 싸우더라도 '지역'에서 먹는 물과 같은 '민생' 문제에는 '묻지마' 협치를 한번 해 보자.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 아니겠나. 어제 이런 상상을 해 봤다. 2022년 합의의 주역이었던 전 대구시장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시가 입장을 정리하도록 돕고, 지역의 유일한 집권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중앙정부를 설득하여 우리 지역에 가장 보탬이 되는 지원을 받도록 하고,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 문제에 가장 예민한 이해당사자인 구미 시민의 동의를 이끄는 상생과 협력의 진짜 정치를 한번 해 보자.

셋이 나서도 어려우면 시·도민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정치, 관료, 전문가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시민사회의 공론이 풀어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이다. 이 문제의 정치화를 막고 수용성 높은 통합 형성적 정책 결정을 도출하는 '공론 민주주의' 실험을 우리 대구와 경북은 성공적으로 해 낸 좋은 경험도 있다.

정치인들이 손잡아 큰 틀을 만들고, 관료와 전문가들이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며, 시 도민이 공론 민주주의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삼각 구조로 대구 경북의 상생협력 역량을 보이도록 하자. 내년 지방선거 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각 정치세력이 체제 정비, 새 출발을 하면서 의욕이 한창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의 최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