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희망등록 안내받은 민원인들 "가족과 논의 후 결정하겠다" 긍정적 평가
심도 있는 공무원 교육과 홍보는 과제…복지부 "모든 기관 인지할 수 있게 신경 쓰겠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안내문에 적힌 홈페이지 또는 가까운 보건소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구청 1층 민원실. 여권 창구를 찾은 민원인에게 공무원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안내하며 이같이 말했다. 접수대 옆에는 '한 사람의 기증이 최대 9명을 살릴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72) 씨는 "마음속으로 장기기증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구청에서 안내해주니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받은 안내문을 집에 가서 차분히 읽어보고 가족들과 논의 후 등록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발급 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안내받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시행 초기라 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일부 기관이 있었고, 민원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기증 희망등록 안내는 전국 5개 기관에서 이뤄진다.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동사무소 3천596곳과 여권 업무를 맡는 구청(257곳), 운전면허증 관련 경찰서(906곳)와 면허시험장(27곳), 선원신분증을 취급하는 지방해양수산청(11곳) 등이다. 신분증 발급 외에 재발급이나 갱신 시에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지난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달 21일 시행됐다.
일상에서 생명나눔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행 첫날 면허증을 발급하는 지역 한 경찰서의 경우, 관련 공문을 받지 못해 제도가 시작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공무원 대상으로 장기기증 교육이 깊이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분증을 발급하는 한 공무원은 "직원들이 영상으로 두 차례 교육을 받긴 했지만, 민원인들이 상세하게 물어보면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다"며 "심도 있는 교육을 건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현 계명대 동산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서 장기기증 교육을 맡을 인력은 충분하다"며 "국민이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 한 번쯤 기증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설명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관련 공문을 각 지방경찰청과 시군구에 보냈지만, 하부까지 전달이 안 된 곳도 있는 것 같다"며 "모든 기관이 인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내년부터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수가 조정과 홍보 계획 등을 담은 5개년(2026~2030년) 종합계획을 9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장기기증 관련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현행법상 장기기증이 가능한 뇌사자는 지난해 3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483명에서 17.8% 감소한 수치다.
장기 수급 불균형으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조혈모세포와 안구 등을 제외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올해 4월 30일 기준 4만595명으로, 평균 대기시간이 2천193일(약6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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