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청년 구직난, 앞으로 더 암담하다

입력 2025-08-26 05:00:00

일자리는 나라 경제의 근간(根幹)이다. 경기 침체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거리엔 실업자가 쏟아져 나온다. 결국 소비가 극도로 줄어들고 더 심한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 즉 구인배수(求人倍數)가 외환위기 수준을 방불케 할 정도다. 지난달 구인배수 0.40은 구직자 10명에 일자리는 4개뿐이라는 뜻이다. 1999년 7월(0.39) 이후 26년 만에 최저다. 올 들어 구인배수는 좀처럼 0.40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악화 일로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2022년 9월 이후 34개월째 감소세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공무원 시험 준비 청년(20∼34세)이 4년 새 절반 이상 감소했다. 5월 기준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은 2021년 31만3천 명에서 올해 12만9천 명으로 줄었다. 반면 민간 기업 준비생은 23만 명으로,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다. 공무원 인기 하락의 이유로 민간보다 낮은 보수, 악성 민원(民願) 스트레스, 수직적 조직문화 등이 꼽혔는데 압도적인 1위는 낮은 보수였다. 고임금을 찾아 대기업·중견기업에 취업 준비생들이 몰리지만 상황은 참담할 지경이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전망이 어두운 데다 건설업 경기마저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나쁘다. 기업 활동을 독려해 채용 전망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옥죄는 움직임만 감지된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후 로봇 관련 업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력난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 발표에다 노란봉투법까지 통과되자 기업들이 노조 위험을 회피(回避)하려고 로봇과 자동화 설비에 대거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란봉투법을 "청년 미래를 도둑질하는 악법"이라며 '쉬는 청년'이 42만 명이 아니라 100만 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기업들은 규제를 피해 외국으로 떠나고, 남은 기업들은 휴머노이드만 채용하는 암울한 미래를 피할 수 없을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