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석민] 전기 요금 논란, 트럼프 VS 이재명

입력 2025-08-26 05:00:00

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숨 막힐 듯한 늦더위가 지긋지긋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발언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화된 탓에 이제 에어컨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생존(生存) 필수품이 된 때문이다. 전기 요금 폭탄 걱정에 가슴 졸이면서도 에어컨에 의존해 한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겐 대통령의 말씀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콩보다 싼 두부를 팔면 다 망한다'면서 전기 요금 인상(引上)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싸고 좋은 콩 놔두고 굳이 비싸고 나쁜 콩으로 두부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反問)이 저절로 나온다. 문재인 정권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2021년 제정한 탄소중립 기본법에 명시하면서 먼저 사고를 쳤다. 환경 선진국이라는 EU(유럽연합)보다 훨씬 더 과감한 비현실적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의 비중을 지금의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목표한 14GW의 해상 풍력 설비를 도입하는 데만 10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해상 풍력 발전 단가(單價)는 1㎾h당 400원인 데 비해 태양광은 200원대, 원자력은 66.4원이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가장 경제적인 원자력 발전에 관한 내용은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 발표 자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때 탈원전을 선언했던 유럽과 미주 선진국 등이 하나같이 대대적인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러면서 한국 원전을 베트남과 유럽·중동·미국 등지에 수출하겠다고 한다. 심각한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몰빵'은 한국전력을 빚덩이로 만들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負債)는 206조2천300억원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472%에 달한다.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로 9기와 맞먹는 8.9GW의 신재생에너지 전기가 송전망(送電網) 부족 탓에 생산되자마자 버려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있다. 97%가 태양광 발전이고 광주·전남·전북이 전체 버려지는 전기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을 모조리 국민들에게 전가(轉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하는 값싼 원전은 버리고, 막대한 투자를 한 신재생에너지마저 송전망 미비로 또 버리면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성질나지 않을 국민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전력원으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을 짓고 의존해 온 주(州)들의 에너지 비용이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낭비와 남용으로 가득한 모든 녹색 지원금(支援金)을 폐지한다"고 했다. 취소된 금액은 290억달러(약 40조5천500억원)가 넘는다.

또 지난 7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치던 중 풍력 발전기를 본 트럼프 대통령은 "저건 가장 비싼 형태의 에너지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8년쯤 지나면 녹슬고 썩기 시작하는데, 끌 수도 없고, 태울 수도 없다. 이 모든 게 사기극(詐欺劇)"이라고 했다. 미국은 향후 300기의 신규 원전을 지을 예정이다. 사기극은 미국과 유럽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