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류 최초의 순간들
니콜라 테상디에 지음 / 산지니 펴냄
![[책] 인류 최초의 순간들](https://www.imaeil.com/photos/2025/08/21/2025082110230417727_l.jpg)
퀴즈로 시작해보자. 예술 가운데 생일이 있는 장르는? 그러니까 아득한 옛날, 인류의 조상 중 누군가 처음으로 채집과 수렵을 권면하는 노래를 부르고, 감흥을 시로 읊고 모닥불 앞에서 춤을 추고, 동굴에 벽화를 그렸을 테지만, 그 최초의 순간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반면에 이 장르는 생일이 명확하다. 바로 '영화'이다.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카페에 모인 33명의 관객 앞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기차의 도착'을 상영한 게 영화의 시작이다. 생일이 있는 까닭에 영화는 가장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20세기 예술의 총아가 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인류사에 모든 최초의 순간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것에 몰두해온 사람. 프랑스의 고고학자로 유적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니콜라 테상디에가 쓴 『인류 최초의 순간들』은 무척 흥미로운 저작이다. '인류 최초의 순간들'은 인류가 우연히 습득하거나 터득하거나 개선을 거듭하며 사람의 특질을 이루게 한 삶의 양식을 30개의 키워드로 구성한다. 그것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으로, 예컨대 나는 어디에서 왔고, 나 이전에 무엇이 있었으며, 최초의 도구와 무기와 살인은 어떤 배경에서 등장해 무슨 의미를 획득하는가?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인류의 거의 모든 처음의 순간에 개입하면서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 삼는데, 330만 년도 더 전의 석기가 시발점이 된 유장한 시간여행은 독자를 인류의 새벽으로 이끈다. 그 결과 수렵민이 목축민이 되고 채집민이 농경민이 되며 유목민이 최초의 마을을 형성하여 정착민이 되는 장엄한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최초의 의도적 매장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의 행동과 생활 방식을 파악하는데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심지어 약 4만 년 전 고램 동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인류 최초의 해시태그(#)를 남겼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인 반복 행동으로 새겨놓은 이 무늬는 (저자에 따르면) "추상적 사고의 어떤 형태가 현생 인류만의 특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에게 1~4%의 유전자를 물려준 것이 밝혀졌다.
최초의 폭력과 집단 폭력은 신석기 사회가 경제 원인에서 비롯된 대규모 갈등에 직면하면서 시작되었다. 즉 농업과 목축으로 인한 대규모 저장과 부의 축적이 구조적 폭력을 불러왔다는 것. 폭력 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위세를 지닌 전사 계급이 형성되는데, 이 같은 "사회적 엘리트와 복잡한 계층 사회의 탄생은 우리 인류의 경쟁과 확장 욕구를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인류 최초의 순간들'이 구분하며 풀어가는 고대의 이야기는 도구와 교습과 사냥 같은 기술 영역에서 경제 사회적 그리고 상징적 영역으로 이동한다.

지적 쾌감은 물론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해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인류 최초의 순간들'은 현생 인류가 고고학의 틀로 바라보고 관찰하여 추출해낸 고대 인류의 풍경이다.
(추신) 2010년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와 명확히 구분되는 제3의 멸종 인류종(데니소바인)의 DNA가 발견되었다. 치아가 컸다는 것 외엔 어떤 다른 정보도 실마리도 아직 없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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